[경상시론]빅터 차(Victor Cha)의 대선 ‘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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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빅터 차(Victor Cha)의 대선 ‘훈수’
  • 경상일보
  • 승인 2022.02.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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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문학박사

지난달 26일 빅터 차 교수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한국 대선이 미국에 중요한 이유’라는 글을 게재하자 동아와 중앙이 기다렸다는 듯 소개했다. 신문은 2021년 3월 쿼드(Quad) 정상회의에 앞서 한국정부가 “참가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다는 차 교수 주장을 강조했다. 한국정부는 “사실무근”이라 반박했다.

차 교수가 한국 대선에 끼어든 모양새다. 미국 보수 일부의 시각을 반영한 차 교수 주장이 한국민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11월30일 조선일보 칼럼 ‘퍼펙트 스톰’도 한 예다. 당시 한국정부는 지소미아와 방위비분담 문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었다.

칼럼에서 차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의 지소미아 대응은 ‘잘못된 짓’으로 한미일의 신뢰에 금을 냈다. 미국은 북핵을 검증하지 못한 채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평화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방위비 협상이 결렬되면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수 있다. 그 틈에 러시아는 한국영공을 침범하고, 중국은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는 한국을 도울 친구가 거의 없다. 닥칠 끔찍한 상황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한국정부다.” 차 교수는 안보위협을 과장하면 한국민이 미국 요구에 ‘순종’하리라 생각했지 싶다.

차 교수는 대선 국면에서도 유사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여야 대선 후보의 북한, 동맹, 에너지 및 기후변화, 중국, 쿼드 관련 태도를 비교한다. “여당은 북핵을 북의 ‘정권 안전과 정치적 고립의 표시’로 보며 평화선언과 남북의 경제적 인도적 사업을 지지한다. 반면 제1야당은 북한의 의도에 ‘회의적이며 더 강경한 노선’을 선호한다. 중단된 군사훈련 재개에 대해 여당은 소극적이고 야당은 적극적이다. 전작권 조기 이양을 놓고 여당은 찬성하고 야당은 반대한다. 여당은 핵에너지 산업의 ‘단계적 해소’를 추진하고 야당은 극구 반대한다. 여당은 중국의 경제와 미국의 안보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추구하고 야당은 ‘전략적 명료성’을 주장한다. 쿼드 참여에 대해 여당은 침묵하고 야당은 즉각 참여하자는 쪽이다.”

차 교수는 이슈를 정리한 다음 자신의 주장을 덧붙인다. “훈련 중단은 한반도에서 ‘억지력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적절한 준비 없는’ 전작권 조기 이양은 ‘동맹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중요한 국제적 플레이어로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적 민간 핵에너지 시장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와 중국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한국은 메모리칩, 전기 배터리, 개인 의료장비의 세계적 공급국이기 때문에 쿼드에 참여해야 한다. ‘한국이 쿼드 밖에 있으면’ 코로나19 백신 제조, 차세대 무선네트워크, 기후변화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차 교수 주장의 핵심은 한국의 쿼드 참여 문제다. 그의 관점에서야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접근은 철 지난 진영 논리의 연장선일 뿐이다. 지난해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확인했듯이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한미동맹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그것을 잘 아는 차 교수가 한국정부의 정책을 대놓고 비판하면서 대선 결과가 “미국과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엄청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강요성 훈수’를 한 것은 지극히 부적절한 처사다.

진영 논리가 한국 정치를 지배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그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구적 지역적 안보 및 경제 환경이 변하고 있으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한국은 동맹을 존중해야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독자적 선도적 행보를 추구할 기회를 잡고 있다.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에게 곤혹스러운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 법이다. 어쨌든 대선 국면에서 우리의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 논의’는 절실해 보인다.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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