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변성 조사, 시민 자긍심도 함께 발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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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계변성 조사, 시민 자긍심도 함께 발굴해야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2.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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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중구가 ‘학성산 유적 성격 규명을 위한 문화재 조사’에 들어간다. 조사 대상지는 중구 학성동 충의사 뒤편 야산인 학성동 318-5 일원이다. 중구는 이 곳에서 울산의 뿌리라고 할 있는 계변성(戒邊城) 터를 찾아낼 계획이다.

1425년에 간행된 경상도지리지에는 계변성의 유래가 잘 나타나 있다. 울산군조(條)에는 “울산군은 본래 계변성이라 하였는데, 신라 때 신학성이라 이름을 고쳤다. 학성이라 칭한 것은 천복 원년 신유년(효공왕 5년, 901)에 쌍학이 금신상을 물고 계변성 신두산에 와서 울기에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겨 신학성이라 하였다.”고 돼 있다.

계변성은 그 동안 문헌상으로만 전해왔을 뿐 실체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중구가 늦게나마 울산의 근원을 찾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중구민 뿐만 아니라 울산시민들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구는 올해 5월까지 조사 예정지 내 분묘를 이장하고 8월까지 본격적으로 시굴 조사를 할 예정이다. 앞서 중구는 지난 2019년 이 일대에서 토성 벽과 고려시대 기와무지를 확인했고,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연구원은 이 일대가 중구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추정되는 계변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중구 지역에는 병영성, 울산읍성, 울산왜성, 계변성, 고읍성 등 많은 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육안으로 확인된 병영성, 울산읍성, 울산왜성의 위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신라의 계변성과 고려의 고읍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어 왔다. 특히 계변성에 대해서는 많은 향토사 연구가들이 다양한 주장을 펼쳐왔으나 실증적인 조사를 한 사람들은 없었다.

이번 조사에 대해 많은 향토사 연구가와 역사학자, 시민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높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계변성이 울산의 뿌리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자긍심과도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발굴 당시 학술자문위원을 맡았던 한삼건(울산대 명예교수) 울산도시공사 사장은 “울산 역사를 밝히는 조사가 될 수 있다”며 “논란이 되는 성곽 위치 문제를 결론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울산은 지금까지 과거 보다는 주로 미래만 내다 본 도시였다. 앞으로도 울산은 미래를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잊고 미래만 보다가는 정체성을 상실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계변성 조사는 울산의 정체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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