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뇌과학에서 ‘학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학습은 정보의 패턴을 확인하고 잦은 활용을 통한 자동화의 과정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과거의 경험을 이용해 정보의 패턴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파악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뇌는 항상 과거의 경험 즉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IT 기술을 개발함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도 사람의 뇌 학습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설계된 알고리즘이다. 따라서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찾아서 학습하는데 학습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학습 데이터가 잘못되면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라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 또한 좋은 데이터로 잘 학습하였다고 하더라도 학습 시 데이터 조건과 학습을 통해 예측할 데이터의 조건이 달라져도 이 또한 부정확한 결과를 출력한다.
사람의 뇌도 경험적으로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였을 때 기존 학습 모델에 의하여 의사결정을 내린다. 처음 인지한 정보가 잘못된 정보였거나, 또는 세월이 지나고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정보들의 가치가 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학습된 정보로 새로운 정보를 판단하려 할 때 우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같이 인지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이분법적 사고, 과도한 일반화, 임의적 추론과 같은 것들이다. 이분법적 사고는 내 편이 아니면 다 적군으로 판단하는 흑백논리를 들 수 있으며, 과도한 일반화는 한두 가지의 사건으로 일반적 결론을 내리되 상관없는 상황에도 적용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혈액형으로 모든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려는 경향 등을 볼 수 있다. 임의적 추론은 타인에게 보낸 메시지에 답변이 없거나 읽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회피한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증상들이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속담과 같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의 인지력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경험이나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해 확신하며 살아간다. 그 결과, 혁신과 변화는 막히고 타인과의 소통이 차단되며 고착화되어 간다.
오늘날 현대인은 그 어느 때 보다 넘치는 정보 속에 살아간다. 인터넷과 같은 매체로부터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 이러한 매체들 또한 이용자의 관심을 파악해 편향적인 정보를 추천 제공함으로써 더욱 사고가 편협적으로 되어간다. 자신의 이전 경험에 비추어 당연한 결과로 나타날 것을 예상할지라도, 환경이 변했고 시간이 변했고 인식이 변했고 가치가 변한 지금에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열린 사고로 다양한 정보를 정제(purification)해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희종 (주)아이티엔제이 대표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