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엄마 홀로 팔삭둥이 품에 안고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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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엄마 홀로 팔삭둥이 품에 안고 ‘고군분투’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2.02.04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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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연수와 엄마가 둘이 사는 거주 환경.

연수(가명·생후 4개월)는 ‘팔삭둥이’로 태어났다. 미숙아로 태어나 또래에 비해 적은 몸무게를 보이지만, 건강상 큰 문제 없이 성장하고 있다. 조그마한 연수를 안고 있던 연수 엄마도 앳된 모습이다.

연수 엄마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폭력적인 가족들을 피해 집을 나왔고, 어머니는 연락이 끊겼다. 연수 엄마는 젊은 나이에 임신해 홀로 아이를 키우기로 마음먹었지만, 안정적인 지원체계가 부족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연수 엄마는 당시 뱃속에 연수를 품은 상태에서 기거할 곳이 없어 쉼터, 여관 등을 떠돌며 생활했다. 임신 중 잦은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할 때면, 병원비 걱정에 하루 만에 퇴원하기도 했다.

이런 연수 엄마를 발견한 관할 구청은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며, 임시 거주지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연수네 가족이 사는 집은 오래된 원룸이다. 30㎡(약 10평) 남짓한 주택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단기 계약을 했다. 연수가 태어나며 한 칸짜리 방 안에 기저귀부터 장난감, 손수건 같은 유아용품이 채워졌고 생활 공간은 더욱 비좁아졌다.

얼마 전 연수네 가족이 살고 있던 임시거주지 계약 기간이 종료됐다. 동시에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연수 엄마는 가장 큰 문제로 방음을 꼽았다. 연수가 순한 성품으로 잠도 잘 자고 놀이도 잘하지만, 울음소리는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신생아 연수의 울음소리는 얇은 벽을 넘어 이웃집까지 전해졌고, 밤 늦게까지 이어진 울음에 이웃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연수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이웃집에 떡도 돌리고 양해도 구해 보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동안 연수 엄마는 연수를 낳고 기르느라 근로활동을 할 수 없었고, 월 100만원 남짓한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수중에 가진 재산이라곤 현 거주지 보증금 100만원이 전부다. 어린 연수를 데리고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어렵사리 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긴급주거 지원을 신청했다. 당장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서 연수 엄마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경상일보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울산지역 아동청소년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연중캠페인 ‘집다운 집으로’를 진행하고 있다.

본 캠페인을 통해 울산지역의 주거취약계층 아동 실태를 살펴보고, 아동친화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나눔 천사를 소개한다.

아동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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