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의 미래먹거리를 준비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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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의 미래먹거리를 준비해야 할 때
  • 경상일보
  • 승인 2022.02.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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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우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울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공업도시로서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 중심의 튼튼한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3대 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고용창출 정체, 인구 감소의 위기 앞에서 산업구조의 다변화, 디지털·친환경 경제로의 대전환, 나아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러한 위기는 울산의 경제지표를 통해서도 느껴진다. 먼저, 울산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3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6년부터 시작된 울산의 인구감소는 지난해 더욱 심화되어 1만4000여명이 울산을 떠났고, 3대 주력산업의 고용창출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 지역의 중소·벤처기업 창업도 매우 낮은 실정이다. 2018년부터 전국적으로 기술창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울산은 최근 3년 연속 하락했고 창업 이후의 생존율도 전국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각종 경제지표들이 위기 경보를 울리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주력산업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는 해당 산업의 위기가 닥쳤을 때 지역경제에 매우 큰 충격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력산업의 침체 이후 다시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 2가지를 살펴보고 반면교사(半面敎師)로 삼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이른바 ‘1달러 골리앗 크레인’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작은 항구도시 말뫼다.

1870년대부터 말뫼에 자리잡은 세계적인 조선기업 코쿰스는 조선산업의 중심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으로 옮겨지자 1986년 문을 닫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실직과 함께 급격한 인구 감소가 일어났으며 도시는 점차 침체되어 갔다.

그러나 도시에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들이 나섰다. 정부 주도하에 신재생에너지, IT, 바이오 분야의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했고, 시민들도 깨끗한 도시 환경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2010년대 말 유럽의 대표적인 친환경 에코시티로 부상하며 오히려 조선업이 흥했던 시기보다 더 많은 인구 유입과 투자유치 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는 핀란드의 헬싱키다. 헬싱키의 노키아는 1865년 설립되어 15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사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몰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대기업 노키아의 몰락 이후 ‘100개의 작은 노키아를 만들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스타트업 지원에 힘쓴 결과 헬싱키가 유럽 스타트업의 메카로 부활하여 핀란드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울산은 아직은 양호한 상황이다. 3대 주력산업의 기반이 튼튼하고 벤처·창업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이미 잘 구축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대·중견기업과 중소·창업기업 간 기술교류 및 기술거래, 공동연구, 사내벤처, M&A 등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된다면 울산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옛말에 가는 화살도 여러 개 모이면 꺾기 힘들다는 절전지훈(折箭之訓)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민간의 노력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여러 유관기관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민관의 역량이 잘 결집된다면 울산은 말뫼나 헬싱키의 아픈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다.

안남우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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