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한 달, 미술관 가는 길]전면 유리로 주변 연결…현대-과거 어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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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한 달, 미술관 가는 길]전면 유리로 주변 연결…현대-과거 어우러져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2.02.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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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용대 가가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울산시립미술관의 설계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적지않은 이들이 전시장을 다녀갔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주중은 1500명, 주말과 공휴일은 3000명 내외의 방문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이같은 높은 관심도에 대해 울산시립미술관 조차도 기대 이상이라는 답변을 내놓을 정도다. 요인은 다양하다. 울산 최초의 공공미술관, 오랜 준비과정과 건립과정에서의 누적된 이슈와 논란, 미술전시 호황기와 맞물린 개관시점 등이다. 한달여 시간을 돌아보며 새롭게 떠오른 인물과 이슈, 문제점과 해결책, 기대와 염려의 반향을 정리한다.

지난달 6일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하자 미술관 건물에 대해 반향이 쏟아졌다. 찬사보다 의문이 많았다. 미술관처럼 느껴지지 않는데서 오는 ‘낯섦’, 랜드마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깔끔한 ‘단조로움’, 주변 역사공간과 달리 직선·직각의 건물에서 ‘괴리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을 설계디자인한 안용대(가가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건축가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좋다, 안좋다는 개인 선호의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부지 모양과 주변 한계를 고려한 설계 취지를 안다면 다 이해 될 부분”이라고 했다.

애초 그에게 주어진 미션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 부지는 장춘로에 접한 전면부에서 뒷편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길쭉한 사다리꼴인데다 지면의 경사도마저 부담이었다. 부지의 왼편에는 울산동헌이, 오른편엔 울산객사터까지 자리했다. 건축높이는 지상2층으로 제한됐다. 부득이 지하3층까지 파내려가 주차장을 만들고 지하2층~지하1층에는 주전시장을 배치했다. 지상으로 올라 와 1층에는 다목적홀과 어린이미술관을, 2층에는 사무동을 넣었다.

그런 뒤, 지하공간이 지하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대부분 층의 전면부를 유리로 개방했다. 자연빛 아래에서 미술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건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지상층의 벽면도 큰 창으로 마감했다. 미술관과 주변의 역사문화공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묘안이었다. 현대적 건물 안에서 오래된 문화재 현장을 지켜보도록 했다. 도시의 역사문화를 또하나의 전시물로 인지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바깥풍경을 안으로 들여 와 현대와 과거가 어우러지는 공간에 대해 “첨단의 미래지향적 미술관에서 오래된 과거를 또다른 각도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지 자체의 한계는 많은 반면 원도심에 자리한다는 입지여건은 굉장한 의미였다. “미술관은 양 옆의 두 문화재를 하나로 연결하는 매개였다”며 “비좁은 진입로와 위험한 보행로 등 꼭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있지만, 아무튼 그 일대를 하나로 묶어 공원화한다면 전통과 현대가 맞물려 원도심을 재생시킨 또하나의 사례가 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술관 내부의 밋밋한 벽면과 색상에 대해서는 “미술에 양보한 건축”이라며 한참동안 말을 이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광역시급 미술관으로는 그닥 넓다고 볼 수 없는 면적. 이에 로비와 홀에서도 전시가 가능하도록 디자인 한 결과라는 것이다. 벽면의 마감재도 작품 전시가 가능하도록 밝은 단색으로 마감했고, 인테리어를 위한 부자재 역시 최대한 사용을 자제했다. 2전시장 앞, 광장처럼 형성된 로비(홀) 공간은 둥그스름한 계단으로 두개 층을 하나로 연결하여 시원한 개방감을 안겨줬다. 이 공간 역시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미디어아트를 비롯한 현대미술은 큰 볼륨과 강한 임팩트가 따라줘야하는데 최대한 단조롭게, 군더더기 없는 공간이라야 그 모든 걸 수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미술은 정갈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더 돋보인다. 요즘 전시장 트렌드는 하나의 큰 공간을 다변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연결하여 쓸 수 있고, 다시 작게 나누어 쓸 수도 있다. 미디어아트는 물론 향후 이어질 다양한 전시와 그에 따른 큐레이팅이 의도한대로 빛을 발하는데 최적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그가 작성한 울산시립미술관의 개관식 소회가 SNS 상에서 한동안 회자됐다. 울산예술문화의 새 이정표가 될 공간이 개관하는데, 정작 미술이나 건축이 뒷편으로 밀린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 서운함을 조심스레 토로한 것이다. “대접을 받자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 그는 “미술관의 비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알리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어차피 문화예술공간은 계속 지어질 것이기에, 변화를 만드는데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방문객 규모에서 소위 대박이 났다. 다들 놀라고 있다. 건축가 이전에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치와 행정, 시민들이 문화를 좀더 섬세하게 바라봐 주면 좋겠다”고 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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