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광역시점자도서관은 2006년 9월11일에 개관해 약 16년을 지내오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습득 및 여가 활동에 조금이나마 기여해왔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점자도서관은 그때와 똑같은 시설과 환경 속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무슨 발전을 논하고 비전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좀 더 나은 점자도서관 발전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점자도서관 이전이 빠른 시일에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점자도서관의 규모는 약 30평 남짓으로, 약 2만여 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점자도서 특성상 많은 부피를 차지하다 보니 점자도서 보관이 여의치 않다. 또한 점자프린트기 및 각종 집기류 등을 보관하는 공간으로서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의 원활한 이용은커녕 근무 환경조차 열악한 현실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둘째, 전문 인력 확충을 통해 점자 전문서적 및 다양한 점자 도서 제작으로 시각장애인의 알 권리와 정보 습득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 도서관의 전문서적 보유와 제작률은 0%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점역·교정사 등의 전문 인력을 채용해 전문서적을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여러 분야의 점자도서를 제작해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에 도움이 돼야 할 것이다.
셋째,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IT기술을 접목해 시각장애인 누구라도 언제든지 스마트폰으로 접근하기 쉽게 정보화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요즘 우리는 1인 1대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다. 비장애인들 같은 경우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아직까지도 스마트폰으로 책을 접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지원과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넷째, 점자 교육을 활성화해 후천적 시각장애인들이 재활하고 자립하는 데에 힘을 보태고,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점자 홍보를 통해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전체 시각장애인들 중 약 80% 이상이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다수가 지금도 여전히 점자 배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센터와 연계해 후천적 장애인 데이터 실태를 공유해 이를 바탕으로 많은 후천적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 교육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점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많은 홍보를 통해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자그마한 계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리 시에서는 조속한 집행으로 이러한 의견들을 반영해주기 바라본다.
우리 직원 또한 점자도서관의 발전과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5000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의 원활한 정보 접근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한글 점자가 창안된 지 10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조금 늦긴 했으나, 2020년 12월8일, 매년 11월4일을 법정기념일 ‘한글 점자의 날’로 제정돼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정보 습득을 제공하는 데에 무엇보다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 등에서조차 점자 문서 제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한글 점자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만큼 비장애인에게도 점자에 대한 바른 의식이 널리 알려져 점자가 시각장애인의 문자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켜 나가야 할 고유의 유산, 우리의 소중한 글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우리 도서관 발전을 위해 후원해주시는 후원자분들과 도서 제작에 도움을 주시는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이 글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
이만주 울산광역시점자도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