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울산 3공장에 혼류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한 조립 라인에서 여러 개 차종이 생산될 수 있다. 지금은 컨베이어 벨트 뒤쪽 수납함에 부품을 쌓아 놓고, 근로자가 하나씩 가져다 조립하기 때문에 한 조립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량을 조립하는게 불가능하다. 차종마다 들어가는 부품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시스템을 개선해 차 한 대를 조립하는데 필요한 부품들을 카트에 실어 날라 부품이 섞이지 않고 한 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혼류생산 시스템이 도입되면 생산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혼류생산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얹은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엔진과 배터리를 모두 탑재한 하이브리드차, 순수 전기차 등 여러개 파워트레인이 공존하면서 생산 시스템도 이런 추세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혼류생산을 도입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브라질, 미국, 중국 등의 공장에는 이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한국에 공장을 둔 다른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노조의 반대로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공장에서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동안 노조는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를 생산하면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생산직 인력 감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노조도 결국 회사 제안을 받아들였다. 기존 시스템을 고집해 생산성이 낮아지면 근로자도 손해를 본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장마다 생산 차종이 고정되면 해당 모델의 인기 여부에 따라 작업 물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한 상황이 반복된 것도 노조가 생각을 바꾼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다. 혼류 생산 체제가 자리 잡으면 차량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바꾸는 게 가능하다. 현재는 특정 차종의 판매량이 급증하더라도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차종 생산 시스템 도입에 대해 노사간 합의를 마쳤으나, 시스템 전환을 위한 공사 시기나 정확한 도입 시기, 운영 방식 등 세부사항은 부서별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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