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38)]불위(不爲)와 불능(不能)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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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38)]불위(不爲)와 불능(不能)의 차이
  • 경상일보
  • 승인 2022.05.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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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여당이었다가 탄핵을 받아 야당이 된 모당의 모 의원에게 물었다. ‘정권을 잡았을 때 잘하지 않고요?’ ‘잘하고 싶었는데 잘할 수가 없었습니다.’ 탄핵으로 여당이 되었다가 이번에 야당이 된 모당의 모 의원에게 물었다. ‘정권을 잡았을 때 잘하지 않고요?’ ‘잘하고 싶었는데 잘할 수가 없었습니다.’ 두 당의 두 의원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집권했을 때 잘하지 못해서 정권을 잃은 것 아닐까요?’ 두 당의 두 의원이 같은 말을 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진짜 잘하고 싶었고 잘하려고 했는데, 저들 때문에 잘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집권하게 되면 잘할 겁니다.’

맹자가 제선왕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맹자가 제선왕에게 말했다. “깃털을 들지 않는 것은 힘을 쓰지 않기 때문이고, 수레의 섶을 보지 않는 것은 시력을 쓰지 않기 때문이며, 백성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은혜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왕께서 왕도정치를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맹자의 말을 들은 제선왕이 ‘하지 않음(不爲)’과 ‘할 수 없음(不能)’에 관해 물었다. 맹자는 답했다. “태산을 옆구리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하면, 이는 정말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어른을 위하여 나뭇가지를 꺾어 지팡이 만들어 주는 것을 가지고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하지 않은 일이지 할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不爲也 非不能也’, 맹자 양혜왕장구상 7장) 왕께서 왕도정치를 하지 않는 것은 태산을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일과 같은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를 꺾어 지팡이 하나 만들어 주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이나 정권이 바뀐 후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 또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겠습니다.’이다. 이 말들은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오래전부터 많이 들은 말이다. 그런데도 실제로 국민의 뜻을 따르는 위정자는 별로 없었고, 민생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과연 그들은 할 수 없어서 못 한 것일까, 하지 않아서 못 한 것일까. 정권이 바뀌고 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에서도 저런 말들이 쏟아진다. 온통 말뿐인 정치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인가.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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