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투자 및 고용 창출을 도모하는 재계 릴레이 행보에 SK그룹이 247조원, 현대중공업이 21조원 투자계획으로 동참했다. LG그룹과 포스코도 각각 106조원, 53조원 투자계획을 꺼냈다. 앞서 투자계획을 발표한 삼성(450조원), 현대차(63조원), 롯데(37조원) 등을 종합하면 900조원을 훨씬 넘는 규모다. 대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자 보따리를 푼 것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방한을 계기로 현대차 등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국내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重, 친환경·디지털 대전환 주도
현대중공업그룹은 26일 그룹의 미래 50년을 책임질 주제로 친환경 전환(Energy Transformation)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제시하고, 향후 5년간 총 2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현대중공업그룹은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건설 분야 자동화, 무인화 기술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스마트 건설기계 인프라 구축, 스마트 에너지사업 투자에 12조원을 투입한다.
친환경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총 7조원을 투자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친환경 선박기자재, 탄소 포집 기술,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등 수소 운송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건설기계 분야에서는 배터리 기반의 기계 장비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 사업 분야는 탄소감축 기술과 친환경 바이오 기술 개발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해상부유체와 연료전지, 수전해, 수소복합에너지충전소 분야의 연구개발(R&D)과 함께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 탄소포집활용기술(CCUS) 사업, 바이오 연료·친환경 소재 사업을 가속화한다. 이와 함께 자율운항 선박 분야를 선도하고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1조원을 투입한다. 건설기계·로봇 분야의 무인화와 AI(인공지능) 접목을 통한 차세대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려는 취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재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향후 5년간 R&D 인력 5000여명을 포함해 총 1만명을 채용하는 한편 경기도 판교에 건립 중인 글로벌 R&D 센터(GRC)를 중심으로 기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친환경·디지털 대전환은 그룹 미래를 위한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SK·LG·포스코 400조원 투자, 핵심성장동력 확보
SK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에만 179조원을 쓰는 총 247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핵심성장동력을 키워나갈 5만명의 인재를 국내에서 채용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은 향후 5년간 △반도체와 소재 142조2000억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조4000억원 △디지털 24조9000억원 △바이오 및 기타 1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전체 투자금의 90%가 이들 핵심성장 분야에 집행된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Fab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이 주된 내용이다.
LG그룹도 같은날 5년간 106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LG그룹 역시 배터리, 전장, 차세대디스플레이, 친환경 등 미래성장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매년 1만명, 총 5만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LG그룹의 국내 투자금은 R&D, 최첨단 고부가 생산시설 확충,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된다. 투자액 중 48조원은 R&D에만 쓴다.
포스코그룹도 2026년까지 국내 33조원을 포함해 글로벌 53조원을 투자하고, 약 2만5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그린 철강 △이차전지소재 및 수소 등 친환경미래소재 △친환경인프라 △미래기술투자 등에 사용한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