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대표가 이곳에서 빵집을 차렸던 1994년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엔 버스종점 차고지와 직업훈련학교 등이 위치한 덕분에 유동 인구가 많은 골목길이었다. 그는 “낮에는 일하고 저녁엔 기숙사로 돌아오는 학생들이 빵을 사러 많이 들렀다. 지금은 차고지가 옮겨 가면서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단골손님들은 먼 곳에서도 일부러 찾아주신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매일 아침 7시께 가게 문을 열고, 30~40종의 빵을 구워낸다.
양 대표는 “단골손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중장년, 노년층이다. 그들은 새로운 맛보다는 익숙하게 먹어왔던 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여름엔 쉽게 상하지 않는 재료를 활용한 빵, 겨울에는 부드러운 빵 등 계절별로 빵 종류를 바꿔가며 내놓지만,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예전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빵이나 소비자의 입맛이 변하는 만큼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 왔기에 긴 세월을 버텨낼 수 있었다.
양 대표는 “같은 빵이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별도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재료 고유의 향과 맛이 난다. 이 때문에 우리집 빵을 한 번 맛 본 사람들은 대체로 다시 찾아주시고, 주변에 소개도 해주면서 가게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오픈 초기에 시작했던 빵과 지금 빵의 종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재료부터 크기, 구성까지 모든 것들이 달라졌다. 사실상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빵”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동네 빵집의 빵들이 베이커리 카페나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판매하는 빵만큼 화려하진 않더라도, 존재의 가치는 분명하다. 60~80대 어른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베이커리 형식의 빵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동네 골목길에서 빵을 구워내는 사람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맛있는 빵은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가게인 만큼 시설 노후화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 대표는 몇 해 전 울산신용보증재단을 통해서 1%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오븐을 새로 바꾸기도 하고, 작년에는 경영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오래된 간판과 주방 찬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제도와 지원 사업들이 소상공인에게 큰 힘이 된다. 새로운 시도를 기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갑수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예전에는 동네 골목마다 빵집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동네 빵집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소상공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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