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의 베르겐을 다녀왔다. 세계 최초로 설치된 스코틀랜드 하이윈드 부유식 해상풍력이 작동되는 모습과 노르웨이의 탐펜 부유식 해상풍력 설치 모습을 보았다. 앞으로 울산 앞바다에서 위용을 떨칠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미래를 확신하는 계기가 된 좋은 경험이었다.
부유식 해상풍력 못지않게 필자의 시선을 끈 것은 교통질서였다. 울산에 비해 워낙 인구가 적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물 흐르듯 흘러가는 교통흐름이 마냥 부러웠다. 그러나 실제 필자가 부러워한 것은 그러한 흐름이 아니다. 그 흐름을 만들어내는 교통질서이다. 가장 기본적인 교통질서를 잘 지킨 결과 원활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불쾌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기본적인 운전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신경을 쓰는 것은 교차로 통행 방법과 1차로 주행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에도 규칙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운전자가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먼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 통행 방법이다. 교통정리가 없는 십자형 교차로의 경우 도로 폭의 차이가 없으면 먼저 도착한 차가 우선이다.
동시도착이라면 우측차 우선이고, 좌회전하려는 경우라면 직진차 우선이다. 회전교차로에 있어서는 먼저 교차로에 진입한 차가 우선이다. 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차는 미리 진입해 운행하고 있는 차의 운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승객이 먼저 내린 뒤 탑승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도 요즘 회전교차로가 많이 생기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 회전교차로의 통행 방법을 바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교차로에 미리 진입해 회전하고 있는 차가 있는데도 그냥 머리를 들이미는 운전자가 너무 많다.
1차로 주행 역시 마찬가지이다. 법적으로는 고속도로 등 전용도로인 경우 1차로가 추월차로로 되어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운전해 보라. 2차로보다 1차로를 주행하는 차가 더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번 여행지인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인데도 기본적으로 2차로로 운전한다. 추월을 하려고 1차로를 사용한 경우도 2차로가 비어 있으면 바로 2차로로 복귀한다.
이러한 것은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질서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아니 잘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러한 질서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모르는데 잘 지킬 리가 없지 않은가? 캠페인이나 광고 등으로 이러한 기본질서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십자형 교차로 통행시 운전 방법은 무조건 선입선출이다. 즉 먼저 교차로에 도착한 차가 먼저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직진 우선 규정이 없다. 예를 들어 한 방향 차로에 차가 많아 10대가 정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향에서 한 대가 와 좌회전 하려고 하면 10대가 있는 방향에서 1대가 지나고 난 다음 새로이 온 1대가 좌회전 하고 나서 나머지 차가 진행해야 한다. 10대가 있던 곳의 차는 앞차 때문에 아직 교차로에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미국식의 선입선출이 맞다는 생각이다. 교차로에 도착한 1대씩 차례로 가면 꼬리물기와 꼬리 끊기를 위해 차를 들이미는 용감한 자가 이기는 교통문화를 시정할 수 있다.
교통 기본질서와 관련하여 한마디만 더 하고 싶다. 질서는 지켜야 한다.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빨간신호등인데도 도로를 횡단하면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차가 없거나 아주 멀리서 와 도로를 횡단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데도 질서니까 횡단보도를 찾아 돌아가거나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노르웨이에선 이러한 경우 많은 사람들이 그냥 도로를 건넌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법이니까 규칙이니까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안전이 확보된다면 편리성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이 빨간불이다. 이것이 그냥 법보다 훨씬 중요한 원칙이 아닐까?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