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43)]상진(尙震)이 그리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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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43)]상진(尙震)이 그리운 시절
  • 경상일보
  • 승인 2022.08.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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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상진(尙震)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한성부판윤과 병조판서 등을 거쳐서 삼정승 등을 지냈으며 청렴함으로 유명하다. 상진이 얼마나 청렴했는지 15년 동안 정승을 지냈지만 축적한 재물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봉양은 매우 검소하여 아침저녁의 식사에는 찬그릇이 두세 개를 넘지 않았다. 그 개수가 넘으면 그때마다 밥상 밑으로 한 그릇을 내려놓으면서 “옛사람도 식사에 여러 가지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하물며 나와 같은 자이랴?” 하였으며, 조정에 나갈 때 이외에는 비단옷을 입지 않으면서 말하기를, “의복이 남보다 아름다운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고 하였다.

<국조인물고>(권43, 기묘 당적인)를 보면, 상진은 도량이 크고 사려가 깊었다. 그는 소탈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여 간격을 두지 않았으며, 남의 과실을 들으면 반드시 먼저 용서해 줄 수 있는 길을 생각하였다. 비록 미천한 비복일지라도 한마디 선한 말을 할 때는 반드시 말과 태도를 부드럽게 하여 말하기를, “네가 나를 가르쳤다.”라고 하였다. 만약 도둑을 잡으면 반드시 도로 그 장물을 주면서 “왜 나에게 달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하고, 자신의 허물을 들을 때는 반드시 “나에게 사실 그 점이 있다.”라고 하며, 어떤 일로 화를 내는 자가 있을 때는 공은 웃어버리고 대적하지 않으면서 “네가 과연 옳다.”라고 하였으므로 화를 낸 사람은 저절로 함께 웃고서 가버리기 일쑤였다. 남이 자기를 찬양하는 말을 들으면, 반드시 “네가 나에게 아첨하려고 하느냐?”고 하였다.

상진은 평소에 벽에다 자신을 경계하는 글을 써두고 읽고 실천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그 내용인즉 “경망함은 진중함으로써 바로잡아야 하고 급박함은 완만으로써 바로잡아야 하며, 편협함은 너그러움으로써 바로잡아야 하고 조급함은 조용함으로써 바로잡아야 하며, 사나움은 화기로써 바로잡아야 하고 거칠고 경솔함은 세밀함으로 바로잡아야 한다.”였다. 유언 또한 소박하여 “내가 죽은 뒤 비석에 이것저것 적을 것 없고 다만 만년에 거문고 타기를 좋아하여 얼큰히 취하면 감군은(感君恩) 곡조를 타는 것으로 스스로 즐겼다고 하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한다.

오늘 아침에 문득 든 생각에, 내가 상진 같지 않음이 부끄럽고, 세상에 상진 같은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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