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사망원인이라고 하면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폐렴(肺炎·Pneumonia)도 65세 이상 고령층에는 암보다 무서운 사망원인 중 하나다.
실제 2020년 통계청의 10만명 당 사망자 수를 보면 폐렴은 43.3명으로 암(160.1명), 심장질환(63.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보다도 높다. 2010년 14.9명에서 10년간 3배 가까이(190.9%) 늘어 사망원인 6위에서 3계단이나 올랐다. 이런 폐렴에 대해 이완석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와 함께 자세히 살펴본다.
◇항생제 치료로 95% 회복
폐렴은 미생물 감염으로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중증의 호흡기 감염병이다. 통계적으로 세균을 통한 감염이 가장 많다. 이 밖에 바이러스, 균류, 기타 미생물이 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독감이 심하게 진행돼 폐렴이나 기관지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이나 자극적인 화학 물질을 흡입해 발생하기도 한다. 노약자의 경우 구강 분비물이나 위 속 내용물 등이 기도로 흡입돼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흡인성 폐렴에 걸리기도 한다.
세균이 원인이면 주로 항생제로 치료하면 95% 이상이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1940년대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50~90%가 사망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질환이었다.
주요 증상은 발열과 기침, 객담 등이 있다. 오한과 흉부 통증, 호흡곤란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호흡기질환의 5가지 증상인 기침, 객담, 객혈, 호흡곤란, 흉통 등이 모두 나타날 수 있어 증상만으로는 폐렴과 다른 질환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이완석 울산제일병원 내과 전문의는 “폐렴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냄새나는 누런 가래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고름이나 피가 묻어나오거나 숨을 쉴 때 가슴 통증이 느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염증이 광범위하게 발생해 폐의 1차 기능인 산소 교환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해 호흡곤란을 느끼게 된다면 폐렴을 의심해보고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전문의 진료·처방으로
폐렴 진단을 위해서는 균 배양 검사와 흉부 방사선 검사, 객담 검사, 흉막액 배양 검사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진단은 주로 흉부 방사선 검사다. 방사선 촬영에서 침범된 부위에 뿌연 안개 같은 음영이 보인다면 폐렴균에 감염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혈액검사로 백혈구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검사하고, 객담 배양, 혈액 배양 검사, 소변 항원 검사 등을 실시해 어떤 균이 원인균인지 찾아낸 후 알맞은 항생제를 사용하게 된다.
항생제 처방은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편이라 전문의 진단과 처방이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항생제는 7~10일 투여하지만 원인 미생물, 환자 상태, 항생제의 종류, 치료에 대한 반응 동반 질환과 폐렴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적어도 5일 이상 치료하며, 치료종료를 위해서는 48~72시간 동안 발열이 없어야 한다. 또 치료 종료 전 임상 징후 중 1개 이상이 남아 있으면 안 된다.
반감기가 긴 항생제는 3~5일만으로도 치료가 된다. 균혈증을 동반한 포도상구균 폐렴과 폐 이외의 장기에 감염이 동반된 폐렴, 초기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았을 경우 등에서는 단기 치료가 불충분할 수 있다. 또 조직괴사 징후가 있을 경우나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레지오넬라 폐렴의 경우에는 14일 이상의 치료를 해야 한다.
이 전문의는 “급성기 환자의 경우 정신·육체적으로 충분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보온과 건조함을 유지해 기관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주고 고열이 있으면 열을 낮춰주어야 한다”며 “구강 위생도 챙겨 귀 감염을 막고 구강점막 염증 예방을 위해 입술과 콧구멍에 윤활제를 발라 건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폐렴구균 예방 접종 중요
예방을 위해서는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맞는 것이다. 면역기능이 많이 떨어진 경우라면 3~5년마다 될 수 있는 대로 겨울 전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 한 번 폐렴에 걸렸더라도 원인균이 다양한 만큼 예방 접종은 꼭 필요하다.
백신은 23가 다당 백신과 13가 단백질 결합 백신 등이 있다. 65세 이전에 다당 백신을 접종 받은 65세 이상의 노령층이라면 1년 이상의 간격으로 13가 백신으로 접종한 뒤 5년 후부터는 23가 백신으로 접종하면 된다. 65세 이전에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다면 13가 백신을 1년 간격으로 꾸준히 접종하는 것이 좋다.
이 전문의는 “물론 23가 다당 백신과 13가 단백질 결합 백신을 접종한다고 폐렴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에 평소 개인 위생 습관을 철저히 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폐렴 발생에 30% 정도 연관이 있는 흡연을 막기 위해 금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