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여파에 따라 2009년 3월31일 이후 처음 1400원을 돌파해 1409.7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국내 기업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업종별로 향후 밀어닥칠 여파를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경제단체들도 분석팀을 풀가동해 대응하고 있다.
수출 기업에는 고환율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원자재를 비싼 가격에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달러 빚이 많은 국내 배터리·석유화학 업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영업이익 측면에서 매출 상승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외화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영업 외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와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수요 증가와 친환경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대규모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외화부채도 급증한 상태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외국에 체류 중인 국내 기업 주재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원화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경우 사실상 소득이 줄어든 반면 달러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은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마다 주재원의 기본급이나 활동비를 주는 방식이 서로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며 “다만 환율 변동에 따라 지급 방식을 바꾸기도 어려워 본사 입장에선 뾰족한 수도 없다”고 말했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는 철강업계도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철강 회사는 수출을 통해 환율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가 위축되면서 환율 인상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들여 와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업체 역시 고환율 여파에 경영난마저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 구매 비용은 오르지만,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즉각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럴 경우 원자재 비용 부담을 중소기업이 그대로 떠안게 된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최고 1434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공급망에 얽혀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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