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 30~50대 남성 양반다리 힘들땐 의심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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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 30~50대 남성 양반다리 힘들땐 의심해봐야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09.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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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배 울산제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고관절은 골반 뼈와 허벅지 뼈를 이어주는 관절이다. 대퇴골의 골반 뼈와 맞닿아 있는 둥근 부분을 대퇴골두라 한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을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라 한다. 뼈가 썩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죽어 골절되거나 무너져 내리기 쉬운 상태로 가벼운 충격에도 고관절이 손상될 수 있다. 그러나 대퇴골두는 혈류가 차단돼 괴사가 진행돼도 아무런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엉덩이와 사타구니 부위의 뻐근한 통증만 나타날 수도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신광배 울산제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와 함께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초기 증상 거의 없어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다. 심각해진 이후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다. 통증은 사타구니와 엉덩이에서 시작된다. 약간 불편한 정도의 통증에서 전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통증까지 다양하다. 허리 통증이 생겨 허리 디스크로 오인되기도 한다. 병이 악화하면 눕거나 앉아 있을 때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자세를 바꾸거나 걸으려고 하면 통증이 심각해진다. 주로 첫 보행시 통증이 심하다가 몇 분 정도 걸으면 엉덩이관절이 부드러워지거나 통증이 완화된다. 대퇴골두가 함몰되거나, 관절이 부으면 심한 통증으로 보행할 수 없어진다.

초기 상황에선 X-ray 사진으로는 정상 소견으로 보이거나 괴사한 부분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단순 방사선 촬영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 핵의학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활용하지 않으면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수 없다. 골 주사(뼈 스캔) 검사는 초기 단계에서 병을 진단할 수 있지만, MRI보다는 병변의 크기나 위치에 대한 정확도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30~50대 중년 남성이 사타구니 옆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것이 힘든 경우 일단 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최근 젊은 사람에게서도 발병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를 일으키는 위험 인자로는 음주, 부신피질호르몬 투여, 고관절 부위 외상, 잠수병, 통풍, 혈청 지질 이상, 만성 신질환, 만성 췌장염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음주와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전체 원인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이 질환은 최근 젊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과도한 음주, 각종 피부 질환, 장기 이식 등이 증가함에 따라 스테로이드제를 많이 복용하기 때문이다. 술은 혈관 내 지방을 쌓이게 하고, 심하면 대퇴골두에 혈액을 통하지 않게 해 결국 뼈를 죽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원인 불명의 특발성 괴사증이 발생하고 있다.

신광배 울산제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한쪽 고관절에서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가 진행되면, 다른 쪽의 고관절에도 괴사가 진행될 확률이 높아 환자의 60% 이상은 양쪽 고관절의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를 겪는다”며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진행 경과는 유사하다. 즉, 혈액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한 뼈가 죽고, 그 결과 뼈가 함몰돼 마지막에는 연골까지 손상을 일으켜 관절염이 발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인자 노출 줄여야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는 초기에 진단받으면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치료 방법으로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할 수 있는 때도 있다. 괴사가 있지만 크기가 작고 위치가 좋거나, 통증이 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으면 그냥 지켜봐도 된다.

또 다른 경우는 괴사 부위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감압술로 치료할 수 있다. 감압술은 젊은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 관절 수술을 늦추거나 피하려는 목적에서 시도하는 치료법이다.

세 번째로는 회전 절골술 또는 구제술이라고 부르는 게 있다. 회전 절골술은 뼈를 자른 후 괴사한 부위를 체중이 실리지 않는 부위로 돌려서 옮겨 주는 수술 방법이다. 괴사 초기에 진단받은 젊은 환자나, 이미 골절과 함몰이 발생했지만 퇴행성 변화가 없거나 가벼운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공 관절 삽입술이 있다. 인공 관절 삽입술은 망가진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 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가장 결과가 확실하며 가장 많이 시행된다. 고령의 환자는 골두가 변형되지 않았거나 질병이 가벼운 초기라 하더라도 원래의 관절을 유지하기보다는 인공 관절 수술을 시행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다만 인공 관절의 수명이 제한되어 있기에 인공 관절의 수명이 다하면 새로운 인공 관절로 바꾸어 주는 재수술을 해주어야 한다.

신 전문의는 “현재 대퇴골두 무혈관성 괴사 원인에 대해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특별한 예방 방법은 없지만, 과음과 필요 없는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 사용을 피하는 등의 위험인자에 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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