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76)]시월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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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76)]시월의 마지막 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11.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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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어제는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이날은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 가장 많이 불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잊혀진 계절’보다는 ‘시월의 마지막 밤’으로 더 알려진 이 노래는 원래 가사가 ‘구월의 마지막 밤’이었는데 음반 발매 시기가 한 달 늦춰지면서 ‘시월의 마지막 밤’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1982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40년이 지나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용은 지금도 10월만 되면 공연 스케줄이 폭주한다고 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시월의 마지막 밤’은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이기도 하다. 고대 켈트족은 10월31일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렸다. 그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 때 악령들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까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몄다. 이것이 하나의 풍습으로 내려오면서 핼러윈 문화가 됐다. 핼러윈 문화는 1840년대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발생해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핼러윈 축제가 우리나라로 전파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 유학생이나 외국인 강사들이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 등에 이 문화를 전파하면서 소규모로 파티를 즐기던 것이 이태원 등지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축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이태원은 매년 10월 말이 되면 핼러윈을 즐기려는 젊은층이 몰려들면서 성지로 변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이를테면 가을과 겨울의 분기점이다. 오는 7일 입동(立冬)까지 아직 일주일 쯤 남았지만 외투는 갈수록 두툼해지고 들판은 황량해지고 있다. 곱디곱던 단풍이 우수수 다 떨어지면 그야말로 나목만 남아 있는 추운 겨울로 들어가게 된다. 화려하면서도 슬픈 11월…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린 계절이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11월’(나태주)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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