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형 미술관을 표방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이 신개념 ‘관객 체험형 작업’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독일에 거주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티노 세갈의 작품으로 관람은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진다.
울산시립미술관(관장 서진석)이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티노 세갈의 ‘This is Technology’(이것은 기술이다)다. 산업도시에서 나고 자란 작가 티노 세갈은 울산의 환경과 도시 성장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 작가는 미술관에서 기술이 집약된 곳을 관객이 관람료를 지불하고 관람권을 발권하는 안내데스크로 보고, 이곳에서 관람객에게 ‘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선보인다. 무방비 상태에서 작품을 갑작스레 맞닥뜨린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작가의 질문과 상황에 대한 경험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다.
티노 세갈은 ‘무엇’을 만들어내고 ‘무언가’를 보여주는 기존 미술 체제에 반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존의 작가들처럼 어떠한 물질을 변형시켜 조형적 미술작품을 제작하지 않고 몸동작과 제스쳐를 통해 무형의 행위를 만들어 내는데 영상·사진·문자 등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도 작가는 등장하지 않고, 작가의 디렉팅을 받은 퍼포머들이 참여해 작품을 구성한다.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예술과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계한 작품은 아니지만, 산업과 기술, 예술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탐구하기 전에 기술에 대한 인식을 환기한다는 측면에서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이다.
그 어떤 안내나 설명 없이 돌발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중장년층 관객들은 “방금 뭐라고 한 거냐?”고 되묻고, 20~30대 젊은 관람객들은 “방금 작품이죠? 어떤 작품이죠?”라며 질문하기도 한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국내 국공립미술관 처음으로 울산시립미술관에서 티노 세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산업과 기술의 도시 울산에서 선보이는 이번 작품으로 관람객들이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작품과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기억을 오랫동안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