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다양한 삶의 경험 글로 풀어, 울산지역 70대 책 출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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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다양한 삶의 경험 글로 풀어, 울산지역 70대 책 출간 잇따라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11.22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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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소통을 하는 게 더 필요하다. 글쓰기로 세상과 소통을 시도하는 울산지역 70대 어르신들이 있다. 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청춘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책을 펴내고 인생 후반전을 시작한다.



◇최용수 <바람에 기대어>

▲ 최용수
▲ 최용수

올해 74세인 최용수 시인이 시집 <바람에 기대어>를 소개한다. 표제시 ‘바람에 기대어’를 비롯해 ‘명함이 없습니다’ ‘쇠똥구리의 비명’ ‘칼국수’ ‘소가 웃다’ ‘낡은 구두의 노래’ 등을 5부에 걸쳐 80편 수록했다.

‘나를 품에 안고 키워준 바람아/ 내안에는 너의 숨결이 불고 있다/ 흔들리는 이유를 가르쳐주고/ 일어서야 할 때도 알려준 바람/ 중략/ 너 아니면 누가 하얗게 센/ 내 민들레 머리를 올려주겠는가/ 중략/바싹한 몸 낙엽 태울 때/ 재까지 흩날려줄 바람아/ 나는 갈대 되어 너에게 기댄다.’-‘바람에 기대어’ 중에서

최 시인은 시에서 아무 데도 의지할 곳 없는 혈혈단신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여행다니면 좋았던 지역의 풍경에 대한 감성을 담은 시도 수록했다.

최 시인은 “오랜 공직 생활을 마치고 그동안 생각만 가지던 글을 쓰는 시간이 생겼다”며 “늙은 나이에 등단한 것이 부끄럽지만, 시를 쓰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너무도 좋다”고 말했다.

박종해 시인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정처 없는 인간 삶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최 시인은 시를 종교처럼 의지했다”며 “초로와 같은 인간 삶을 가치 있고 보람 되게 영위하기 위해서 최 시인은 황혼의 나이에도 시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시를 평했다.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역임한 최용수 시인은 지난 2020년 ‘문학예술’ 시 시인상으로 등단하고, 시집 <참깨 밭에서>를 펴냈다. 울산문인협회·울산시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12쪽, 1만원, 시선사.


◇김복주 <우유대장 김복주, 맨손으로 세상을 이기다>

▲ 김복주
▲ 김복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김복주 작가가 <우유대장 김복주, 맨손으로 세상을 이기다>를 펴냈다. 올해 75세인 김 작가는 지난 2016년 고희를 앞두고 춘해보건대학교를 졸업했다. 이것만으로도 젊은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5년 동안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글을 쓰며 책까지 펴냈다.

지난 1948년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24세에 결혼해 두 남매를 둔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32세 때 공무원이던 남편이 과로로 숨지자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김 작가는 남편과 사별하고 죽음 대신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각오로 마을 우유 배달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대리점까지 운영했다. 또 배움에 대한 열정에 대학에 들어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아동심리상담사 2급, 실버서비스 보건의료전문가과정 및 솔리언또래상담프로그램 이수, 여성가족부 주관 성폭력상담원교육과정 수료 등 관련 자격증도 잇따라 땄다.

김 작가는 “내가 공부하니 자녀들도 스스로 공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둘 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한의사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며 “딸의 권유로 쓰기 시작한 책도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늦은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마지막 소망은 40여년 전 숨진 남편 엄주직씨가 ‘순직공무원’ 예우를 받는 것이다.

김 작가는 “남편이 결혼 후 일만 하다가 과로로 숨을 거두었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순직공무원’ 예우를 당연히 받아야 했는데도 그렇지 못한 것을 바로잡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책 수익금은 전액 효인성교육과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280쪽, 1만5000원, 지식과감성.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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