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달 중개한 매물이 전세 1건, 월세 2건뿐이다. 집을 내놓는 사람은 많지만, 사겠다는 손님이 없다. 단 한 건의 문의도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허다하다. A씨는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다 보니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 거래도 힘들어졌다”면서 “요즘 같은 수익으론 사무실 운영비도 나오지 않는다. 폐업까지는 아니어도 전기세·난방비를 아끼려고 문을 닫고 사무실에 나오지 않는 공인중개사들도 많다”고 푸념했다.
금리 인상기조에 부동산 매수 수요가 사라지면서 공인중개사무소는 거래절벽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3개월간 울산에서만 58곳이 문을 닫았고, 폐업 신고는 안 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중개사무소가 태반이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또 한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공인중개사무소가 겪는 어려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울산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울산에서 총 161개의 공인중개사무소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격적으로 폐업이 증가하기 시작했던 9월부터 최근 3개월간 폐업건수가 58건에 이른다. 월평균 19.3건이다. 앞서 1~8월 폐업건수가 103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말로 갈수록 폐업속도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폐업하는 중개사사무소가 증가하는 이유는 거래 급감으로, 그 중에서도 주택 거래가 사라진 데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까지만 하더라도 1628건을 유지했던 울산 주택 매매건수가 7월 이후 세자리수 기록하고 있다. 7~10월 울산 주택 매매 거래 건수는 각각 898건, 731건, 711건, 7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04건, 2066건, 1828건, 1947건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9~10월 매매건수는 각각 711건으로 2013년 1월(546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현재 울산에서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무소는 총 2214개인 점을 감안하면, 사무소당 월별 매매 거래 중개 건수가 0.3건에 그친다.
매수수요가 끊기다 보니, 부동산 매물도 지속적으로 쌓이는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울산지역 매물은 1만7815건으로 1년 전보다 33.1%(1만3382건) 증가했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가 뜸해지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나 부동산 개업에 대한 열기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제33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최종 합격자가 발표됐고, 울산에서 424명의 합격자가 나왔지만, 공인중개사협회 울산지부 사무실은 대체적으로 평온했다. 합격자 발표 이후 문의 전화가 빗발쳤던 예년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울산지부 관계자는 “합격자 발표가 나면 문의 전화로 바빠야 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조용하다”면서 “합격자의 연령대가 젊어지면서 인터넷 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영향도 있지만, 합격자 대부분이 당장에 개업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울산에서 427명이 합격했지만, 올해 개업은 180건에 그쳤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폐업 건수가 많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도 연말로 갈수록 더 크게 와닿았다. 휴업이나 폐업 신고는 안 했지만, 개점휴업상태에 빠진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대다수”라면서 “금리 인하 신호가 있기 전까지 거래량이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