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81)]연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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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81)]연탄 한 장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12.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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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논설위원
이재명 논설위원

12월 들어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운 날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가 연탄이다. 연탄은 무연탄을 가루로 만든 다음 점토와 섞어 원통형으로 가공하고, 그 가운데 구멍을 뚫은 것이다. 구멍을 뚫어놓으면 연탄이 잘 타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구멍을 뚫지만 잘못하면 으스러질 수도 있고 너무 빨리 탈 수도 있어 업체마다 구멍 수를 조절한다. 구멍은 처음 9개로 시작됐으나 점차 19, 22, 25, 32 공탄까지 나왔다. 구공탄은 처음에 나온 구멍 9개짜리 제품이다. 지금은 22공탄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연탄(煉炭)은 무연탄(無煙炭)으로 만들어진다. 같은 연탄이지만 한자는 다르다. 연탄은 달굴 ‘煉(연)’자를 쓰고, 무연탄은 연기 ‘煙(연)’를 쓴다. 연탄은 석탄을 달궈 불을 지핀다는 뜻이고, 무연탄은 연기를 내지 않는 석탄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불순물이 많아서 탈 때 연기가 나는 석탄을 유연탄(有煙炭)이라고 한다. 연기 없는 불, 처음에 이 연탄은 모두가 그리는 꿈의 연료였다.

아비란 연탄 같은 거지/ 숨구멍이 불구멍이지/ 달동네든 지하 단칸방이든/ 그 집,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한숨을 불길로 뿜어 올리지/ 헉헉대던 불구멍 탓에/ 아비는 쉬이 부서지지/ 갈 때 되면 그제야/ 낮달처럼 창백해지지

‘연탄’ 전문(이정록)

춥고 배고팠던 시절, 연탄은 고달픈 삶에 희망을 주는 등불 같은 것이었다. 지난 2000년 전 국민을 울린 이철환 작가의 산문집 <연탄길>은 20년 전의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손님이 먹다 남은 고기를 가져온 엄마와 그 속에서 나온 껌 종이를 말없이 먹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 ‘아내의 겨울’, 차가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채 시장에서 장사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성공한 아들 이야기인 ‘엄마의 뒷모습’ 등 40여편의 실화가 실려있다.



마음에 눈깨나 쏟아지는 날에는/ 동지쯤 되는 겨울밤 반밖에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오돌오돌 한기에 몸을 떨며 연탄불 구멍을 맞춰본 적이 있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 生은 타도 타도 검은 연탄이더라

‘연탄’ 전문(양광모)



안도현 시인은 말했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고. 울산에서도 연탄 나눔이 곳곳에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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