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 원도심 문화의거리 인근에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형태가 아닌 독특한 전시 공간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골목에서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마주하게 되는 ‘대안공간 미음(ㅁ)’은 지난 2020년 개관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성덕 대표가 고향인 울산에서 전시를 위한 상업적 공간이 아닌 대안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다.
원도심의 오래된 건물 3층에 자리한 ‘미음’은 가정집을 손봐 만들어진 전시 공간이다. 전시 공간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탁트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벽과 문을 없앴다. 건물 3층의 전시 공간과 함께 탁 트인 옥상에서는 작품 비평회나 전시 개막식 등 작가들 간의 교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공간 미음은 설치 위주의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작품과 공간적 요소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는 전시를 주로 선보인다. 미음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모두 대관료 없이 열린다. 미음에서 전시를 원하는 작가들에게는 박성덕 대표가 사비를 털어 전시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공간 미음은 또 미술 관람자와 예술가들과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한달에 한차례 자유로운 토론 모임인 ‘콜로키움’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나 특정 예술 주제에 관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또 부산의 문화공간과 협업으로 미술 작가들의 작업 노트를 책으로 제작해 판매하는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관람객은 작가나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작가는 안정적인 작업을 이어갈 수 있게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대안공간 미음을 비롯해 전 세계 대안공간 7곳이 연대해 교육·지원 등 각종 인프라 쏠림에 맞서는 ‘지역 권력 평준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각각의 공간이 공간에 맞는 작가를 매칭해 전시를 기획하고 평론을 하고 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지역적 특징은 인정하되 편견 없이 작품만을 보고 작가를 평가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박성덕 대표는 “예술이 정형화되면 상업적 성격을 띌 수밖에 없다. 미술은 새로운 시도가 계속돼야 한다. 대안공간 미음은 남다른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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