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2일은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한다는 동지(冬至)다. 이날을 기해 해는 조금씩 길어진다. 속담에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 말이 있다. 노루꼬리는 자세히 보면 정말 짧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면 언젠가는 봄이 온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는 속담도 있다. 동지가 되면 만물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
문풍지 흐느끼고/ 자리끼 얼던 동지/ 팥죽 새알 먹으면서/ 어른 된다 좋아하던/ 포근한 그때 그 시절/ 꿈결에서 만날까// 솔가지로 흰 눈 위에/ 흩뿌린 동지팥죽/ 잡귀야 물렀거라/ 가족 안녕 기원하던/ 어머니 지극 정성에/ 동장군도 울었다 ‘동지팥죽’(옥창열) 전문

동지는 기운이 음(陰)에서 양(陽)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첫날로, 중국 주(周)나라에서는 11월을 정월로 삼고 동지를 설로 여겼다.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冬至添齒)’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그래서 동짓날에는 팥죽을 쑨 뒤 찹쌀 새알심을 나이만큼 넣어먹는 풍습이 생겨났다.
팥죽은 나아가 액을 막는 역할도 했다. 이를 동지고사(冬至告祀)라고 부르는데, 동짓날 팥죽을 집안 곳곳에 뿌려 잡귀의 침입을 막았다. 중국의 <형초세시기>에 “공공씨(共工氏)의 재주 없는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疫疾)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하여 팥죽을 쑤어 물리친다.”라고 기록돼 있다. 요즘도 이사를 하거나 큰 일을 앞두고 팥죽, 팥밥, 팥떡을 해 나눠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잡귀들이 팥의 붉은 색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화산지대/ 팥죽이 끓어 오른다/ 뽀글뽀글// 새하얀 새알만/ 퐁당 빠뜨리면/ 맛있는 팥죽이 되겠지// 머리에/ 흰 수건 두른/ 어머니/ 매운 연기에 눈물 연신 훔치며/ 뽀글뽀글 동지 팥죽을 끓이신다. ‘동지 팥죽’(이문조) 전문
동짓날에는 동지불공(冬至佛供)을 드리기도 한다. 불공으로 올린 팥죽에는 염력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 집으로 돌아와서는 가족들에게 먹어기도 한다. 또 대문에는 동지부적(冬至符籍)을 붙여 잡귀를 쫓는다.
동짓날 울산에서는 오전 7시28분쯤에 해가 떠서 오후 5시13분에 진다. 하루의 절반 이상인 14시간15분이 밤인 셈이다.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는 동짓날을 기념해 신년 해돋이를 앞당겨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