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최근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 사람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 가운데 81.6%가 ‘집’을 이유로 들었다. 집을 사거나 전세보증금을 대려고 노후 자금을 당겨쓴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19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의 ‘퇴직연금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5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20.9% 감소했고, 인출 금액 역시 1조9000억원으로 25.9% 줄었다.
차진숙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2020년 4월 퇴직연금 중도 인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금액, 인원 모두 감소했다”고 말했다. 연간 총급여 12.5% 이상 의료비가 나갈 때만 장기 요양 목적의 퇴직연금 중도 인출을 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의료 지출이나 질병 종류 상관없이 중도 인출이 가능하던 것에서 기준이 크게 강화됐다.
전체 중도 인출을 줄었지만 집 때문에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지난해 주택 구입을 이유로 중도 인출한 인원은 2만9765명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전체 인출 인원이 20% 넘게 줄어든 가운데에도 집을 사기 위해 연금을 깬 경우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인출 금액 역시 1조2659억원으로 4.4% 증가했다. 전세 보증금 등 주거 임차를 이유로 중도 인출한 인원은 1만4870명으로 6.9% 줄었지만, 인출 금액은 6.7% 늘어난 4555억원이었다.
중도 인출 이유 중에 주택 구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4%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주거 임차 27.2%로 그다음이었다. 집이 중도 인출 사유인 사람이 합쳐 81.6%에 달했다. 10명 중 8명꼴이다.
이외 사유는 회생 절차(12.9%), 장기 요양(4.2%) 등의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45.1%)와 40대(31.0%)가 가장 많았다. 특히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 인출이 가장 많았다.
한편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295조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확정급여형(58.0%)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외 확정기여형(25.6%), 개인형 퇴직연금(16.0%), 개인형 퇴직연금(IRP) 특례(0.4%) 등의 순이었다. 석현주기자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