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유행으로 대면 활동을 하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울산 문화예술계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울산 미술계를 비롯해 울산 시민의 염원이었던 시립미술관이 개관했고, 지역 미술시장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형 아트페어가 연이어 열렸다. 이에 맞춰 전국 규모의 미술상도 제정돼 지역 미술 수준을 한 층 높일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광역 지자체 최초 법정 문화도시 선정으로 지난 60년 동안의 산업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문화·관광도시 울산으로 다시 출발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반면, 35년 만에 다시 치러질 ‘울산산업문화축제’ 성공과 경영 효율성을 위한 울산문화재단과 울산관광재단의 안정적인 통폐합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문화예술계 염원 해결
2022년 1월6일 울산 중구에 울산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여러 차례의 부침 끝에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은 산업도시 울산의 성격을 담은 ‘미디어아트’ 기반으로 미래형 미술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거북’ 등 한국 출신의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의 작품 3점을 1~3호 소장품으로 확보했다. 기획전 ’예술과 산업’ ‘예술 평화’ 등을 통해 울산시립미술관만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전 세계 14개 미술관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디지털 시대 새로운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안을 모색하고 미디어 작품의 보존·복원을 위한 국제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미래미술관 포럼’도 열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의 흐름을 이어받아 울산에서도 울산미술협회 주최 아트페어와 전국·해외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한 울산국제아트페어 등 미술 시장 역할을 하는 아트페어가 잇따라 열렸다. 특히 올해 처음 열린 울산미협 주최 ‘아트페어 울산’은 지역 작가와 지역 갤러리들이 주축이 돼 울산의 작가들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울산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울산 문화·예술 부흥을 위해 지역 향토기업 삼두종합기술이 기업 메세나의 일환으로 상금 3000만원과 개인전을 지원하는 전국 규모 ‘삼두미술상’을 제정했다. 삼두종합기술은 향후 사내 문화복지센터를 장기적으로 지역 미술 활성화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멈췄던 지역 축제들이 3년 만에 대거 대면 축제로 연이어 펼쳐졌다. 첫 시작은 벚꽃이 만개한 따뜻한 봄날 국내 영화제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막을 올렸다. 지난해 코로나로 영화제의 백미인 그린카펫과 개막식을 생략한 것과 달리 올해는 명예 홍보대사인 산악인 엄홍길씨와 배우 박규리씨, 문성근씨 등이 그린카펫에 올랐다. 또 주빈국 스위스의 카우벨과 알펜호른을 배워보는 ‘스위스 전통악기 클래스’와 전문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산책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와 먹거리 장터도 펼쳐졌다.
이어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류를 이끄는 국내 음악가들이 공연을 선보인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에는 오랜만의 대면 공연으로 관람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가을의 초입 9월 마지막 주에 열린 울산옹기축제에는 사흘간 42만명의 관람객이 모여 울산의 옹기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체험행사를 즐겼다.
특히 올해 17년 만에 울산에서 다시 열린 전국체전을 맞아 처용문화제·태화강공연축제 나드리·울산문화축전은 태화강국가정원 일원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울산시민은 물론 울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울산광역시가 광역 지자체로서는 최초로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내년부터 울산은 5년 동안 국비와 시비 등 총 200억원을 들여 ‘꿈꾸는 문화공장 문화도시 울산’을 주제로 타 도시와는 차별화된 10개 주요 사업과 19개 세부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법정 문화도시 컨트롤타워 사라져
산업 수도 울산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처용문화제가 폐지되는 일도 있었다. 대신 1988년을 끝으로 명칭이 변경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울산공업축제가 ‘울산산업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내년 6월1~4일 열린다. 시는 울산산업문화축제 세부 프로그램으로 울산의 자산인 처용 콘텐츠를 넣는다는 방안을 세우고 있지만, 기존 처용문화제에서 소개됐던 ‘처용무’ ‘처용탈’ ‘처용제의’ 외에 다른 것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지난 2017년 1월 출범한 울산문화재단이 출범 6년을 맞지 못하고 해체된다. 민선 8기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들의 유사·중복 기능에 따른 행정 낭비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기능 조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울산관광재단으로 흡수 통합돼 내년 울산문화관광재단으로 재출범하게 됐다. 이에 따라 광역 지자체 첫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울산의 5개 구·군을 아우를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이 됐지만, 제 역할을 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조속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상헌·서정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