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KTX울산역 주변 역세권의 2단계 개발이 완료됐다. KTX울산역 개통을 앞둔 2008년 1단계 사업을 시작한지 15년만이다.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긴 하겠으나 이미 부지 분양이 거의 완료된 만큼 신도시 형성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근에 한화그룹이 참여하는 복합특화단지도 머잖아 착공할 예정이다. 제2판교밸리를 꿈꾸는 도심융합특구도 지정돼 있다. 2020년 새로 수립한 ‘2035 도시기본계획’상의 ‘2도심 체계’가 눈앞의 현실이 됐다.
‘2035 도시기본계획’에서의 2도심 체계는 중구의 원도심과 남구의 삼산을 하나로 묶어 기존 도심(제 1도심)으로, 언양·삼남 KTX역세권을 신도심(제 2도심)으로 하고 있다. 도시 확장을 위해 2도심 체계에 의한 제 2도심 조성을 서둘러야 하겠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삼산개발의 후유증’을 되새겨 볼 필요도 있다. 삼산의 상권이 활성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원도심이 몰락한 경험 말이다. 당시는 울산의 경기가 상승국면에 있었고 인구가 증가추세였음에도 원도심의 공동화를 막지 못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도심 살리기에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원상복구는 아직도 까마득하다. 실패의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KTX역세권의 개발에는 서부권 원도심이라 할 수 있는 언양읍의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따른다. 역세권에 막무가내로 대규모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상권이 옮겨가면 언양읍은 삼산에 주거와 상권을 모두 빼앗긴 옥교·성남동과 마찬가지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언양과 역세권이 함께 제 2도심이 되도록 하려면 우선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복합특화단지와 도심융합특구가 빠르게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역세권이 언양읍내와 차별화된 특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두 마을 사이의 여백을 도로·주거·편의시설 등으로 채우는 개발도 함께 진행해 언양읍과 역세권의 연계·접근성도 높여야 한다.
삼산개발이나 혁신도시 조성시 원도심과 연계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원도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역세권과 언양은 중구 원도심과 삼산처럼 거리가 멀지 않고 중간에 또다른 마을 등의 장애물도 없다. 게다가 언양은 시장과 읍성 등 전통적인 매력도 상당히 갖추고 있어 역세권에서 느낄 수 없는 독창성 확보도 어렵지 않다. 제각각 색다른 매력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단지 ‘울산역 주변’ 개발이 아닌, ‘2035 도시기본계획’대로 ‘언양·삼남 일대’가 제 2도심이 될 때 비로소 ‘역사가 있는 울산’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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