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90)]2월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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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90)]2월 양파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02.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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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2월 중순을 맞아 텃밭을 가꾸는 자칭 농사꾼들의 일손이 바빠졌다. 이 맘때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바로 양파 관리. 울산시농업기술센터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생육재생기’ 양파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생육재생기’란 겨울을 지나 새순이 올라오는 시기를 말한다.



양파는/ 매운 겨울을 품고 있다/ 양파의 맛이 저리 아린 건/ 서릿발 진 밭에서 많은 밤 지샌 까닭이다/ 양파를 썰다가/ 찔끔, 눈물이 돋기도 하는 건/ 저 하얀 속살 켜켜이/ 서린 눈물 가득 스며 들기 때문이다/ 수십 년 함께 살아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매운 양파가/ 시든 눈물과 함께/ 소파 끝에서 자울 자울 졸고 있다 -‘양파에 대하여’ 전문 (류지남)

양파는 서양 ‘洋(양)’ 자에 순우리말 ‘파’ 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서아시아 또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추측된다. 재배역사는 4000년 이상 됐다. 양파의 효능은 ‘식탁 위의 불로초’라고 불릴 정도이며 고대 올림픽 선수들이 체력 보강을 위해 양파즙을 먹었다고 할 정도다. 한국에서 양파가 재배된 것은 구한말 쯤으로 추정된다.

일본어로는 한 때 다마네기(たまねぎ)로 통용됐다. ‘다마’는 구슬이란 뜻이고, ‘네기’는 파라는 뜻이다. 이를 굳이 우리 말로 바꾸면 ‘둥근 파’ 정도가 될 것이다. 중년 이상은 대부분 다마네기에 익숙해져 있다. 영어로는 onion이라고 부르는데, 그 어원은 앵글로-프랑스어 ‘union’으로, ‘하나’ 혹은 ‘통일’을 의미한다. onion는 몇 겹씩 껍질이 겹쳐 있어 아무리 벗겨도 모양이 변하지 않아 ‘한결같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한 때 전국 청춘 남녀를 열광케 했던 남성 듀오 ‘어니언스’도 양파라는 뜻이었다. 1973년 어니언스는 ‘편지’ ‘작은새’ ‘저 별과 달을’ ‘사랑의 진실’ 등을 히트시키면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요즘 양파는 까도까도 끝이 없는 비리 덩어리라는 뜻이 돼버렸다.



앞집 할머니/ 까만 손톱으로 양파를 깐다.// 요즘 양파는 까면/ 어만 것이 나온다고 깔수록/ 크고 어리석은 게 나오더라고/ 푸념을 양념 삼는다.// 텔레비전 나오는 양파만/ 깔수록 지저분한/ 큰 것들이 숨어있는지/ 한숨으로 간을 맞추는 할머니.// 원래 양파는 까도 까도/ 뽀얀 속살이 나오는 법인디… -‘양파’ 일부(김묘순)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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