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91)]봄은 고운 핏줄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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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91)]봄은 고운 핏줄을 타고…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02.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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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 19일은 우수(雨水)였고, 20일은 음력 2월1일인 머슴날이었다. 우수는 눈이 녹아 비(雨)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水)이 되는 날이다. 필자가 사는 등억마을 신불산 꼭대기에는 그 동안 쌓여 있던 눈이 거의 녹았다. 산 아래 작괘천 얼음은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고, 밭머리에는 거름이 산더미로 쌓였다. 바야흐로 농삿일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기에/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후략) 신석정 ‘대춘부(待春賦)’ 일부


음력 2월1일은 그냥 ‘이월 초하루’라고도 하고 ‘머슴날’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머슴들은 ‘이월밥’을 먹고 나서 남자는 지게 다리를 잡고 울고, 여자는 울타리를 잡고 울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 머슴들은 가을 수확 때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해야 한다. 머슴은 대개 ‘상머슴’ ‘중머슴’ ‘담사리’로 등급이 매겨졌으며 이에 따라 연봉인 ‘새경’이 정해졌다. 25~43세의 농사경험이 풍부한 장년층은 ‘상머슴’, 50세 전후의 중노년층은 ‘중머슴’, 19세 미만의 청소년과 55세 이상의 노년층은 ‘담사리’로 분류됐다.

2월 초하룻날은 바람을 관장하는 여신(女神) ‘영등할머니’가 하늘에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오는 날이기도 하다. 영등할머니는 농사와 어업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잘 모셔야 한다. 2월 초하룻날은 ‘영등날’ 외에도 ‘이월 할매 먹는날’ ‘이월밥 해먹는 날’ ‘바람님 오는날’ ‘풍신날’ 등으로도 불린다. 영등할머니는 20일째 하늘로 올라가는데, 이 때까지 치성을 드리고 맛난 음식을 대접해야 한다. 이 음식을 ‘이월밥’이라고 한다. 이월밥은 영등할머니도 먹고 머슴도 먹는 밥이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이 있다. 꽁꽁 언 땅이 풀리면서 벌써 나무에는 꽃봉우리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중국의 한 비구니의 오도송 ‘尋春(심춘)’이 귓전을 울린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 다녀도/ 봄을 보지 못하고(盡日尋春不見春)// 짚신이 다 닳도록/ 언덕 위 구름만 밟고 다녔네(芒鞋踏遍朧頭雲)// 지쳐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歸來偶過梅花下)// 아하! 봄은 나뭇가지 머리에/ 와 있은 지 이미 오래였네(春在枝頭已十分)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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