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한낮 기온이 20℃를 웃돌더니 목련이 활짝 피었다. 목련(木蓮)은 글자 그대로 나무에 피는 연꽃이다. 6개의 꽃잎이 봉오리를 터뜨리면 연밭의 연꽃처럼 나무에도 연꽃이 핀다. 중국에서는 백목련을 두고 목란(木蘭)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백목련의 향이 마치 난초와 같다해서 붙여졌다. 우리나라 식물도감에서는 꽃봉오리가 붓을 닮았다 해서 목필(木筆)이라 부르기도 했다. 영어로는 매그놀리아로 부른다. 매그놀리아는 지난 1999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목련화’는 지난 1974년 개교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경희대 총장 조영식이 작시(作詩)하고 경희대 음대 학장 김동진이 작곡한 가곡이다. 목련화는 같은 학교 교수였던 성악가 테너 엄정행이 불러 더욱 유명해졌다. 당시 엄정행은 작곡가 김동진 앞에서 60번이나 노래를 했으나 그래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계속 되풀이를 했다는 일화가 있다. 목련화는 지금도 국민들이 열창하는 성악곡이다.
목련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시인 박목월의 시에 작곡가 김순애가 곡을 붙인 ‘4월의 노래’는 학창 시절에 많이 불렀던 노래다. 1953년 잡지 <학생계> 창간호를 기념해 만든 노래다. 박목월은 이화여고 재직시 목련꽃 나무 아래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쟁과 피난으로 찌든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시키기 위해 시를 썼다고 한다. 베르테르는 괴테의 서간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남자 주인공이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하자 그 슬픔을 참을 길이 없어 권총으로 자살하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오랜만에 봄비가 흥건하게 대지를 적셨다. 목련꽃은 ‘목련화’의 가사처럼 희고 순결하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니 목련나무에는 환한 꽃등이 여기저기 켜졌다. 봄에 온 가인(佳人),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꽃이 마을마다 폭죽처럼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