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혜교 주연의 학교폭력 복수극 ‘더 글로리’ 파트 2가 공개 사흘만에 세계 순위 정상을 차지했다.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면서 극중 등장인물이 ‘적록색약’이라는 설정으로 색각이상에 관한 관심도 늘어났다. 하지만 스스로 색각이상 증상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색각이상이 있으면 진로 선택에 제한을 줄 수 있어 미리 검사로 확인해 보는 것이 장래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색각이상에 관해 최지형 울산대학교병원 안과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색각이상 검사 진로 선택 도움
색각이상이란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망막에 있는 원뿔세포 비율에 따라 발생하는데,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선천성과 만성질환 등이 원인이 되는 후천성으로 나눌 수 있다. 색 구별이 전혀 되지 않고 명암만 식별할 수 있는 경우를 완전색맹, 적색, 녹색, 청색 중 한 가지 색의 파장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통 색약이라고 한다. 이들을 통틀어 색각이상이라고 한다.
다만, 색각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아주 심한 선천 색각이상이 있다면 시력이 매우 낮고 눈 떨림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선천 색각이상자는 본인의 색 인지 정도를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색각이상인지 인지하기 어렵다. 색각이상의 심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상생활에서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직업군에서는 색각이상이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항공기 조종사, 소방관, 경찰관, 열차 기관사 등 색 인지 역량이 업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일부 직업에서는 색각이상자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런 직업을 희망하고 있다면 중학생 시기 즈음 혹시 모를 색각이상 검사를 받아보면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색맹’ 용어 사용 부적절
색각이상에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한국인의 경우 남자는 4.2~5.9%, 여자는 0.3~0.7%에서 선천색각장애를 보인다. 선천성 색각이상의 99%는 제1(적) 혹은 제2(녹) 색각이상이다. 선천성 색각이상은 성염색체 관련 열성유전이며 X염색체에 색각유전자가 있어 아들은 모계 쪽 유전, 딸은 부계 쪽 유전을 받게 된다.
후천성 색각이상은 시신경 이상 혹은 망막질환, 신경계 이상, 화학약품 및 약품에 의해 발생하는 색각이상으로 전체 색각이상의 인구 중 약 1% 미만이다. 시신경 이상으로는 시신경염, 레버씨 선천성 시신경병증 등이 주요 원인 질환이며, 망막 이상으로는 연령 관련 황반변성, 당뇨 망막병증, 망막 색소상피변성 등과 같은 다양한 망막 변성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한편, 결핵약, 유기용제, 농약 중독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후두엽 뇌경색, 뇌종양, 파킨슨병, 등 뇌질환에서도 후천성 색각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후천성 색각이상은 선천성 색각이상과 달리 대부분 제3(청황) 색각이상의 빈도가 더 높다.
최지형 울산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는 “색각이상자 전체를 색맹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맹’이란 단어는 전혀 볼 수 없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색각이상의 경우 색 분별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일 뿐 색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상태는 아니다”며 “적록색맹, 적록색약이라고 부르던 용어도 색각이상 발생 원리에 맞게 적색 원뿔세포의 이상인 경우 적색맹 혹은 적색약으로, 녹색 원뿔세포의 이상인 경우 녹색맹 혹은 녹색약으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근본 치료 불가능
색각이상에 대한 검사는 목적에 따라 선별검사(Screening), 정도판정검사(Grading), 진단확정검사(Diagnostic), 직업적성검사(Vocational)로 나눌 수 있다. 소요 시간은 보통 10~20분 정도이다.
선천성 색각이상은 원뿔세포의 기능이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은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색 구분을 또렷하게 만들어 준다고 알려진 착색 콘택트렌즈나 안경으로 색각이상을 부분적으로 보정해 줄 수 있는데, 이시하라 가성동색표 검사 색표를 맞추는 등 부분적인 개선 정도이다. 즉 색 분별 능력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인접한 두 색의 대비를 증강함으로써 한쪽은 밝게 한쪽은 상대적으로 어둡게 만들어 명암차, 밝기의 차이를 증강해 두 색을 좀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따라서 실제 색 인식능력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현재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는 주요 국가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7~8가지 색을 이용한 서로 다른 렌즈로 제공되며 직접 색각이상자에게 검사하여 가장 효과 있는 색의 렌즈를 선택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렌즈가 모든 색각이상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색상 구별이 그 사람의 업무나 생활에 매우 중요한 때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렌즈가 기타 생활이나 업무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 안과 전문의 상담과 검사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