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7시30분께 울주군 A 병원 앞. 이른 아침이지만 대기 인원이 20여명을 넘어간다. 새벽부터 나와 대기하기에 명품샵 오픈런처럼 캠핑의자를 가져와 대기하는 이도 있다. 대기줄 맨 앞사람은 오전 6시부터 나와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A(20대·울주군)씨는 “요즘은 (아이진료를 위해) 어디 할 것 없이 대부분이 이렇게 오래 대기한다. 오전 9시 진료를 시작할 때쯤이면 오전 진료 예약이 마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플 때마다 응급실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소청과 대신 일반 내과라도 가서 진료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소청과 갈 때마다 1~3시간 대기하는 건 아기도 힘들고 부모도 힘들다”며 “저출산국가라고 하는데 이런 진료공백부터 메꿔주고 출산 장려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오전 9시 병원 예약 앱으로 울산지역 소청과 진료 예약 가능 현황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소청과 오전 진료가 마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소청과 앞 대기줄은 일상화되는 분위기다. 보통 아이의 보호자 중 한 명이 새벽부터 나가 번호표 등 대기 순번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출근하며 아이와 병원에 내원하는 보호자에게 번호표를 넘기는 것이다.
육아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앱에서는 이러한 대기순번을 사고파는 오픈런 대리 줄 서기가 성행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어린이 진료를 잘 보는 의사 혹은 병원들은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아 예약이 치열한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난다. 일부 인기 있는 의사의 경우 앞번호를 받지 못하면 진료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다.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울산지역 소청과 의원은 2020년 62곳, 2021년 59곳, 2022년 55곳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2곳이 개업을 했지만 4곳이 폐업했고, 2021년은 3곳, 2022년은 4곳이 개업한 의원이 없는 채로 폐업했다. 전국적으로는 5년 동안 662곳의 의원이 문을 닫았다.
또 지난달 2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를 선언한다”고 밝히며 소아청소년과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울산시는 그간 소청과 의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인건비 등 운영비 10억원을 지원해 2명의 의사를 충원하고 24시간 진료체계를 만들기로 했지만, 정작 의사는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한 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아이보다 아이 엄마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라고 봐도 된다. 얼마나 빨리 보호자의 니즈를 캐치해서 진료하느냐가 인기를 판가름한다”며 “사실 아이를 위해서는 집에서 가깝고 자주 갈 수 있는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지만 부모입장으로 볼때는 이런 오픈런 현상이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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