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강원 강릉지역 산림과 주택·펜션 등에 막대한 피해를 낸 화마(火魔)가 8시간 만에 잡혔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 4시30분을 기해 주불 진화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오전 8시22분께 불이 발생한 지 정확히 ‘8시간8분’ 만이다.
순간풍속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 탓에 산불 진화의 핵심 전력인 헬기의 발이 묶였으나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들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거센 소나기가 내린 덕에 마침내 불길이 꺼졌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은 379㏊다. 축구장 면적(0.714㏊)으로 따지면 530배에 이르는 규모다.
시설물 피해로는 주택 59채, 펜션 34채, 호텔 3곳, 상가 2곳, 차량 1대, 교회시설 1곳, 문화재 1곳 등 총 101개소가 전소되거나 일부가 탔다.
안현동 한 주택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주민 중 1명은 대피 중 2도 화상을, 진화대원 2명도 가슴에 2도 화상을 입는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대피 인원은 총 55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대피령이 내려진 경포동과 산대월리, 순포리 주민들로 아이스아레나와 사천중학교로 각각 528명과 29명으로 나뉘어 대피했다.
인근 리조트와 호텔 등에 투숙했던 708명도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이날 산불 진화에는 헬기 4대와 장비 396대, 진화대원 등 2764명이 투입됐다. 울산소방본부도 소방대원 20명, 지휘차 1대와 펌프차 4대, 물탱크차 2대 등 장비 7대를 현장에 급파했다.
산림 당국은 화재 초기에 8000ℓ급 초대형 헬기를 비롯해 헬기 6대를 투입했으나 순간풍속이 초속 60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에 회항해야 했다.
오후 들어 바람이 평균풍속 초속 12m, 순간풍속 초속 19m로 잦아들면서 오후 2시40분께 헬기 4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3시30분께 강릉 일대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거센 소나기가 내렸다.
긴장감이 맴돌던 산불 현장에는 ‘단비’ 덕에 진화율이 올랐고, 일몰 전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마지막까지 불을 다 진압하고, 재산 피해를 더 확실하게 조사해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산불의 원인은 강풍으로 말미암은 ‘전선 단락’으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산림청은 산불이 발생하자 곧장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관계자를 현장으로 급파해, 발화 추정지점을 보존하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1차 조사 결과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락시켰고, 그 결과 전기불꽃이 발생해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산불 발생과 확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봄철 대형산불 주범인 ‘양간지풍’이 꼽힌다.
‘양간지풍’ (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불리는 이 바람은 ‘양양과 고성 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일컫는다.
이날 강릉을 강타한 양간지풍 역시 나무를 부러뜨려 전깃줄을 덮쳐 발화의 빌미를 줬다.
또 산불 초기 진화의 핵심인 헬기를 뜨지 못하게 해 공중 진화를 무력화시키는가 하면 ‘비화’(飛火) 현상을 통해 경포 전역을 순식간 연기에 휩싸이게 했다. 박재권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