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발전은 연료비 단가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 효율적이지만, 방사능 누출 등 원전 인근 지역 거주민들은 커다란 위험 요소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 지원이 일부 지자체에 편중되며 나머지 지자체들은 안전위험은 물론 재정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이에 본보는 정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재정 편향과 해결책으로 떠오른 ‘원자력안전교부세’에 대해 살펴본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같은 위험부담에도 보상은 일부 지자체만
원전의 경우 한번 사고가 나면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다. 정부는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비해 대피·소개 등의 주민 보호대책을 적극 추진하고자 지난 2014년 방사능방재법을 개정하고 원전 반경 30㎞ 이내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울산은 월성·고리·새울원전과 인접해 있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안에 들어간다. 울산 중구를 포함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는 지자체는 전국에 총 28곳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직·간접적 지원을 받고 있는 지자체는 울주군·기장군·울진군·영광군·경주시 등 원전 소재 5개 지자체 뿐이다. 나머지 23개 지자체의 경우 정부 지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수준이다. 재정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는 지자체는 방사능 사고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사고 예방 훈련 및 주민 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 각종 방재 물품을 구입하고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원전 인근 지자체는 열악한 재정에 원전 방재 비용까지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원전으로 인한 위험을 함께 지고 있지만, 보상은 일부 지자체에만 돌아가는 불평등한 상황이 벌써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원전 정책 개선 위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필요
원전 인근 지자체들은 지난 2019년 10월 전국 원전 인근지역 동맹을 구성하고 불합리한 원전 정책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대표적인 움직임이 바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은 지방교부세 재원 중 내국세 비율을 기존 19.24%에서 19.30%로 0.06%를 늘려 원자력안전교부세의 세원을 마련한다.
이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지자체 가운데 현재 예산 지원을 받고 있는 원전 소재 5개 지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지자체에 균등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이 시행돼 안정적인 재원이 확보되면 원자력 전담 조직 설치 및 운영, 체계적인 방사능 방재 시스템 구축 등이 가능해져 원전 안전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또 정주여건 개선 및 주민 복지를 위한 다양한 지역 발전 사업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지방재정 분권 및 국가 균형발전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 2020년 6월 발의된 이후 현재까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 국민 동의청원 추진
전국 원전 인근지역 동맹은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입법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나섰다.
해당 기간 동안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고 심사에서 채택될 경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해당 개정안은 정부로 이송돼 공포된다.
지방교부세법이 개정되면 내국세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간 지원이 전무했던 지자체에도 매년 50억~1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중구를 포함한 전국 원전 인근지역 동맹은 국민동의청원이 끝난 뒤에도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회원도시 주민 503만명을 대상으로 ‘100만 주민 서명운동’과 오는 5월2일에는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원전은 일부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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