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가 ‘박물관 및 미술관 기금’을 마련해 놓고도 올해 기금 사용계획이 없어 울산시립미술관의 작품 수집이 반년 넘게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올해 박물관 및 미술관 기금 규모는 56억1440만원이다. 지난해 당초 집행하기로 했던 85억원 중 34억원가량만 집행돼 50억이 넘게 이월됐지만, 올해 집행 계획은 ‘0원’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작품 수집을 위해 30명으로 구성된 국내외 미술전문가 풀과 공개 제안을 통해 수집 작품을 제안받는다. 제안받은 작품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작품가치평가위원회와 작품가격평가위원회를 거쳐 수집이 결정된다. 하지만 올해 기금 사용이 멈추면서 위원회는 지난해 6월과 7월 열린 이후 올해 들어 한차례도 진행되지 않았고, 연말까지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지난 2017년 박물관과 미술관의 원활한 유물·작품 수집을 위해 기금제를 도입했다. 기금제는 예산을 이월·적립할 수 있어 장기적인 수집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소장 가치가 크지만, 가격이 높아 공립미술관이 소장하기 어려운 작품을 매입할 수 있어 장점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울산시립미술관은 개관 전부터 현재까지 140건의 작품을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1~3호 소장품인 백남준 작품을 비롯해 미술관 최근 이건희컬렉션 전시와 함께 열리고 있는 소장품전 ‘예술 유동’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또한 울산지역미술사 기록의 관점에서 예술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 작가들의 작품 수집도 ‘박물관 및 미술관 기금’을 통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기금 집행 중단으로 울산시립미술관의 정체성에 알맞고 수집 가치가 높은 작품이 새 주인을 찾을 때 미술관이 자칫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 관계자는 “미술관 요건에 맞는 소장품 100점을 충족했기에 올해는 민선 8기의 방향과 맞는 양질의 작품 매입을 위해 탐색하는 기간이다. 정말 필요한 작품이라면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거쳐 기금 운영계획을 수정해 수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