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사기에 속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울산 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공인중개사가 페이퍼(파지) 법인을 만들어 세입자 입주 후 명의를 변경하는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해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10여명의 세입자들은 압류가 임박해서야 문자를 받고 명의 변경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일부는 최근까지도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A씨는 지난 2021년 5월 남구 ‘ㄹ’오피스텔에 전입신고를 하고 살고 있었다. 1년 뒤인 2022년 8월20일께 원주인을 통해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원주인은 오피스텔 입주 당시 건설사로, 명의 변경된 새주인은 공인중개사에서 파생된 법인이다.
A씨가 명의 변경 문자를 받고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확인한 결과 1년 전인, 오피스텔 입주 시기에 이미 명의가 공인중개사 법인으로 변경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집주인 명의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승계 거부’와 함께 민사소송 제기 방침을 밝혔고, 건설사 측은 전세금 일부인 1000만원이라도 미리 보내겠다며 변제의사도 밝혔으나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피스텔 전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간 몇차례 압류까지 진행되자 결국 A씨는 건설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후 소송에서는 건설사 측이 전세금 10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입주민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최소 10~12명의 피해자를 확인했고 피해 금액은 1인당 2억원으로 대략 잡아도 20억원에 달한다”면서 “이 가운데 2명은 피해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일부는 사실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피해자들 대부분은 압류를 앞두고 원주인으로부터 명의 변경 사실을 고지받지 못한 것으로 미뤄봤을 때 유착관계도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건설사 등을 고소한 상태다. 나머지 피해자들도 추가 고소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오피스텔은 앞서 건설사 미분양 7가구를 공인중개사 페이퍼 법인이 계약하면서 중간에서 월세 등을 가로챈 혐의로 법인 대표이사와 공인중개사가 각각 4월6일과 13일에 사기,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피해금액은 9억690만원 가량이다.
이같은 임대 법인으로 인한 전세사기가 발생하면 피해자들이 임대 법인이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어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울산에서 전세사기로 검거된 건수는 56건으로, 검거인원만 181명에 달한다. 피해자는 89명이 발생했다. 특히 울산은 전세자금 대출사기와 무자본갭투자, 신탁사 연계 사기 등이 주로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한편 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피해 사기로 3번째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여성 A씨는 한때 울산에서 선수로 활동하며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육상 유망주였던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