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성 개정이라는 목소리에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R&D 비즈니스밸리 연결도로 개설 사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시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예타 면제 사업비의 기준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기재위는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시킨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방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개정안이라는 반대가 잇따르자 기재위는 같은 달 17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않고 숙의 기간을 가지기로 결정했다.
기재위의 결정으로 법안 개정만 바라보고 있던 울산 R&D 비즈니스밸리 연결도로 개설 사업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 사업은 KTX역세권 비즈니스 지구와 하이테크밸리 일반산단을 연결하는 길이 4.47㎞ 너비 20m 규모의 연결도로 개설 사업이다. 추정 총 사업비는 889억원으로 예타를 통과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앞서 시는 두 차례에 걸쳐 예타 대상 사업 선정을 신청했지만 KTX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이어서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번번이 대상 사업 선정에 실패했다.
이에 시는 정부의 예타 기준 완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업의 필요성 인정하는 만큼 예타 기준이 완화되면 예타를 받지 않고 사업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재위의 절차 중단에 시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현안 사업 추진을 떠나 사업 규모 확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타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문턱이 높은 예타를 피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일부 축소하는 경우가 잦은데, 기준을 완화하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가 추진하는 태화강 지역 맞춤형 통합하천 사업은 총 사업비가 예타 대상 사업 기준에 불과 3억원 못미치는 497억원이다. 시는 의도된 금액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예타를 피하기 위해 사업비를 500억원 미만으로 산출하는 경우가 많아 45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사업은 이런 눈길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곧 예타 기준을 완화하면 상당수 사업의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예타 기준 완화는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예타 통과의 핵심인 경제성은 비용 대비 편익으로 산출하는데, 이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유리한 구조다.
일각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지방에 선심성 사업을 몰아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각 중앙 부처의 예산 한도가 정해져 있는 만큼 특정 지자체나 사업에 예산을 몰아주는 건 불가능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중앙 부처의 정책 판단에 따라 1000억원 미만 사업의 예산 집행이 가능해지면 지자체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울산 등 인구 규모가 작은 지자체에는 예타 기준 완화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