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0년 7월 공원·도로 일몰제 시행 당시 실효를 막기 위해 고시한 장기 미집행 시설 실시계획의 이행에 온도차가 뚜렷하다. 공원은 90%가 넘는 보상률을 보이는 반면 울산내부순환도로 등 주요 도로 조성 계획은 실효 위기에 처했다.
3일 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 실시된 공원·도로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고시한 장기 미집행 시설 실시계획은 도로 12건, 공원 4건 등 총 16건이다.
정부는 오랜 기간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로 인한 사유권 침해를 막기 위해 2020년 7월부터 일몰제를 시행했다. 최초 결정 후 20년이 지나도록 사업에 착수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은 실효시킨 것이다.
이에 시는 주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공원과 도로를 대상으로 실효를 막기 위해 단계별 집행 계획을 수립하고 실시계획을 고시했다.
시는 실시계획 고시 후 5년 내에 토지 70% 이상을 매입한 뒤 사업을 추진해 도시계획시설을 예정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결국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토지 확보가 관건인데, 공원과 도로 사이에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공원은 일몰제 유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시는 일몰제 시행 직전 대왕암공원, 울산대공원, 신천공원, 학성제2공원 등 4곳에 대한 실시계획을 고시하고 공원화를 추진했다.
시는 도심에 위치해 시민들이 많이 찾고, 일부 부지를 확보한 곳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울주군 관내 공원은 모두 실효시키고, 중·남·동·북구 각각 1곳씩 총 4곳을 선정해 보상에 들어갔다.
시는 부지 보상에 211억4900만원을 투입해 96%에 달하는 총 보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한 울산대공원은 전체 200만3000㎡ 중 191만3000㎡ 매입해 96%의 보상률을 보였다. 시는 올해도 14억7000만원을 투입해 1만8162㎡를 매입했다.
대왕암공원은 94만2000㎡ 가운데 92만3000㎡를 매입해 98%를 확보했다. 올해만 25억원을 투입했고, 남은 1677㎡도 조만간 매입할 계획이다.
신천공원은 8만2000㎡ 중 7만3300㎡ 매입해 보상률 90%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048㎡를 매입했고 하반기에도 20억원을 투입해 잔여 농경지를 모두 매입한다. 나머지 임야는 내년까지 보상을 마무리한다.
학성제2공원은 7만5000㎡ 중 7만4700㎡를 매입해 99.6%를 확보했다.
시는 오는 2025년까지 미보상 공원 부지를 모두 보상하고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도로는 실효될 우려가 있는 사업이 적지 않다. 2020년 6월 실시계획을 고시한 12건 중 부지 매입에 착수하지 못한 사업은 절반이 넘으며, 특히 실효 위기에 처한 사업은 4건에 달한다.
온양~서생도로는 국토교통부의 제6차 국도·국지도 계획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사업은 2026년 이후 착수할 수 있는 만큼 2025년까지 부지 매입은 불가능하다. 다만 실효되더라도 정부가 다시 도로 지정을 할 수 있어 사업 추진 자체는 가능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관통하는 울산내부순환도로는 26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개설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송대지구 연결도로는 개설 후 기부채납키로 한 송대지구 조합의 의지가 없어 실효가 유력하다. 산하교~정자교 연결도로 역시 실효가 예상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필요성에 따라 도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우선순위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도시계획시설 실효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