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찾은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곡리의 한 건물 2층에 마련된 약 60㎡ 규모의 화실. 이곳은 윤명희(75) 전 울산시의회 의장이 2년 전 커피숍이었던 곳을 임차해 화실로 꾸며놓은 곳으로, 지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화실 곳곳에는 윤 전 의장의 작품뿐 아니라 지인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날도 미술을 공부하는 회원 자녀 친구인 초등학생이 이곳에 나와 그림 그리는데 열심이다.
윤 전 의장은 “그저 같이 그림을 그리는 분들과 그림도 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할 곳을 찾던 중 이곳이 눈에 띄어 오게 되었다”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나오고 있고, 지인들은 일주일에 한두번 와서 그림을 그리거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간다”고 말했다.
화실 회원들은 윤 전 의장이 정치를 그만두고 만든 ‘재미있는 그림여행’이라는 단체의 회원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그림도 그리고 멋진 풍경 감상과 더불어 맛있는 음식을 먹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로, 만들 당시 윤 전 의장의 외손녀가 4살이었는데, 이제는 중학생이 됐다. 현재 이 단체의 회원은 8명이고 학생은 1명뿐이다. 학생들에게 그림 수업도 하고 있고, 틈나는대로 경로당을 찾아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윤 전 의장의 삶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그는 고려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4년여간 간호사로 근무한 뒤 20대 중반에 결혼을 하면서 간호사직을 그만두었다. 이후 평범한 가정주부의 삶을 살던 그는 ‘일요화가’라는 모임에 가입해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렸다. 학창시절부터 미술학도를 꿈꿔왔으나 바람과는 달리 간호학을 전공, 미술에 대한 갈증은 마음 한켠에 늘 있었던터라 ‘일요화가’를 통해 이를 해소해왔다. 1987년에는 공업탑로터리 인근에 미술전시공간인 ‘윤화랑’을 열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15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2000년대 초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울산시당의 여성위원장직 제의가 왔고, 고심끝에 맡게 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시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2006년 선거에서 지역구에 출마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4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선출(본보 2008년 6월25일자 등)되면서 울산 첫 여성 시의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간호사에서 주부, 화가, 정치인, 다시 화가로 돌아온 셈이다.
윤 전 의장은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이 곳을 ‘그림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또 나이가 여든이 되었을때 작은 소품전을 열어서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작품을 나눠주고 싶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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