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 ‘헌화가’의 주무대 삼척 아닌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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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 ‘헌화가’의 주무대 삼척 아닌 울산”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3.05.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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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회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실장이 신라 향가 ‘해가’가 만들어진 유력 후보지로 꼽은 울산 남구 남화동 봉대산 전경. 이철영 전 울산과학대 교수 제공
▲ 김영회 연구실장이 신라 향가 ‘헌화가’의 발상지로 추정한 울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각석. 경상일보 자료사진
신라 향가 ‘헌화가’와 ‘해가’의 발상지가 강원도 삼척이 아닌 울산 울주군 천전리 각석과 남구 남화동 봉대산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회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실장은 오는 13일 서울 동국대 법학만해관에서 열릴 한국불교사연구소 제33차 집중세미나에서 발표할 ‘가장 오래된 노래: ‘공무도하가’ 등 향가 11곡 발견 보고서’ 중에서 수로부인이 수록된 ‘헌화가’(獻花歌)와 ‘해가’(海歌) 부분을 11일 본보에 선공개했다.

김 연구실장이 공개한 ‘헌화가’와 ‘해가’는 706년 가뭄 때 지낸 기우제에 대한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짜여 있다. 김부식이 왕명으로 쓴 역사서 <삼국사기>에도 이 해를 전후해 발생했던 가뭄과 기근이 다수 수록돼 있다.

당시 왕실에서는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강릉태수’(江陵太守)’라는 임시직책을 설치하고 책임자로 순정공(純貞公)을 임명한다. 그의 부인이 바로 수로부인이다. 수로부인은 월성을 떠나 순정공의 임지인 ‘강릉’(江陵)으로 가는 길에 해룡에게 납치된다.

김 연구실장은 “강릉은 해룡이 출몰하는 바닷가가 돼야 한다. 신라인에게 동해용이 출몰하는 곳으로 인식된 곳은 울산 앞바다인 개운포다. 처용가에도 헌강왕이 개운포에 갔다 동해용과 그의 일곱아들을 만났고, 동해용을 위해 망해사를 지어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성덕왕 재위시절(702~737)에는 ‘강릉’이라는 지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헌화가’ 첫 구절 ‘紫 布 岩乎 希’(자줏빛 옷 입으신 분께서 바위를 들러 가자 하셨나니)에 적힌 바위도 신라시대 명소인 천전리 각석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곳에서 강릉태수가 본연의 목적인 기우제를 지낸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천전리 각석은 병풍 바위 같은 모습이고, 위에는 철쭉이 자생하고, 앞에는 대곡천이 자리잡고 있다.

병풍 바위에서 ‘동해 바닷가 임해정(臨海亭)까지 거리가 이틀거리’(行 二日程 又有臨海亭)라는 점도 맞아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김 연구실장은 “천전리 각석에서 유력 후보지인 남구 남화동 봉대산까지 승용차로 48㎞ 정도로 고대 도로라는 것을 감안하면 일행이 걸어서 이틀 정도 걸려 충분히 도착할 거리”라며 “월성에서 삼척까지 수로부인이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강원도 삼척 수로부인 헌화공원에서 강릉시청까지는 89㎞에 달하는 거리로 이틀 동안 갈 거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즉 강릉(江陵)은 ‘강가의 큰 언덕’으로 외황강과 장생포를 좌우에 끼고 있는 남화동 봉대산이 최적지라는 의견이다. 임해정이 강과 바다에 접해 있다는 기록과도 일치한다. 또 남화동 봉대산은 해발 127.8m로 조선시대 바다로 침입해 오는 왜군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넓어 간이 봉수대가 설치됐던 장소다. 언덕은 용이 사는 바다를 굽어 볼 수 있고, 기우제도 지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부합한다.

김 연구실장은 “수로부인의 가마가 706년 철쭉꽃 피던 봄날 월성을 떠나 울산 울주군 천전리 각석을 지나 남구 남화동 봉대산에 도착했을 것”이라며 “울산은 헌화가, 해가, 처용가 등 3개의 향가 주 무대가 되는 장소로 인근에 있는 처용암과 함께 이 경로를 스토리텔링 해 ‘수로부인 루트’ ‘헌화가 루트’ ‘아젤리아(철쭉) 루트’ 등으로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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