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부터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장애예술인의 활동과 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지역의 환경은 이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본보는 지역 장애예술인 활동 활성화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울산 장애예술인 활동 실태와 인프라 개선에 대해 짚어보고, 채용 제도·문예기금 지원을 통한 활동 사례를 소개한다.
◇전문 교육 마쳐도 설 자리 많지 않아
발달장애인 이윤희씨는 음악 분야에서 활발한 연주를 하는 장애예술인이다. 그는 작곡을 전공한 아버지와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해왔다. 덕분에 재능을 일찍 발견했고,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거쳐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악으로 전향해 대학까지 마쳤다. 지금은 성악가와 오카리나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입상도 할 만큼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 예술인으로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았다. 공연하려면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등 도움이 필요하고 예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공모사업 등을 통한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는 혼자 힘만으로는 어렵다. 그나마 이씨는 같은 분야 경험을 가진 가족 도움으로 발달장애인 예술단체를 결성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공연을 이어가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어머니 서경애씨는 “장애예술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꾸준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울산이 아직 문화 인프라는 많이 약하다. 지역 예술 저변 확대를 위해서도 기업들이 메세나의 측면에서 장애예술인이 지속해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가로 성장·활동 어려운 장애예술인
울산에서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정원교씨의 또 다른 직업은 ‘볼링 선수’다. 한 기업체 소속 실업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의 하루 일과는 볼링장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후까지 볼링 연습을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에 몰입한다. 혜인학교를 졸업한 정씨는 학창시절 미술에 흥미를 느끼면서 붓을 잡게 됐고, 이후 어머니의 꾸준한 지원으로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익혔다. 그는 수년간의 작업을 바탕으로 2021년 울산문화예술회관 기획전 ‘무엇보다 빛나는 우리’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중구문화의전당에서 첫 개인전 ‘바라보다’를 열었다.
개인전을 여는 등 어엿한 작가가 됐지만, 작업을 이어오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직 울산에서는 장애아동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예술교육 기관이 없기에 전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을 따라가기에도 버겁기에 예술교육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십여년간 정 작가를 뒷바라지 해 온 어머니 윤의정씨는 “내 욕심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일이다. 발달장애인들이 공연이나 전시를 접할 기회는 많지만, 아직도 보수적인 인식 때문에 발달장애인들이 전시를 하기는 비용적인 측면이나 모두 어렵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