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줄곧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동해의 작은 어촌마을이 세계적인 산업도시로 변모했다. 부침도 겪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산업수도 울산은 퇴보없이 전진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16년 조선업 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곳,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서 울산의 문제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노동집약적 산업의 한계가 드러났다. 신규 일자리 창출이 요원한 상황에서 기존 일자리는 기계가 대체하고, 스마트화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줄어든 일자리 만큼 인구는 감소했고 늘어나지 않은 일자리 만큼 인구유입은 불가능해졌다. 120만명을 정점으로 울산 인구는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 인구통계는 81개월째 연속 감소라는 기록을 찍고 있다. 특히, 청년인구의 탈울산은 ‘엑소더스’라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울산의 타 시도 전입은 10만8000명이지만, 전출은 11만8000명으로 총인구 순유출률이 마이너스 0.9%로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5년간 울산을 떠난 인구 6만여명 가운데 20~30대 청년인구가 3만2000여명으로 절반이 넘는 53%에 달한다.
필자는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라는 시대적 사명을 띠고 청년 몫의 비례대표로 울산시의회에 입성했다. 청년들이 울산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과 학업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몰려 있지만, 울산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울산을 떠나는 아이러니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 아이패드, 전자게임 등에 익숙하게 자라난 청년들에게는 제조업 중심의 울산의 산업구조는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없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소프트웨어, IT산업, 문화산업, 서비스업 등과 같은 산업의 다양성이 부족한 까닭이다. 과거에 비해 주력 산업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지만,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청년들을 유인하지 못하는 산업구조라는 것이다. 울산의 발전을 견인해 온 자동차, 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에다 전기차, 자율운항선박 등 IT 첨단기술을 접목한 특화된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탈울산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대학 부족이다. 대학의 수가 타 광역시와 비교 불가할 정도로 적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핵심 학문을 가르치는 학과도 부족하다. 울산에서 한해 고등학교 졸업생이 1만여명이 넘지만, 지역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6000여명에 불과하다. 매년 5000여명 이상이 울산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밖에 문화, 쇼핑시설 등 생활 기반시설이 부족할 뿐 아니라 교통여건도 열악하다.
울산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청년들의 탈울산 행렬이 지속된다면 도시는 활력을 잃고, 지역경제는 쇠퇴의 길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울산시는 지난 3월 청년의 나이를 39세로 확장하는 등을 골자로 하는 청년기본조례를 개정했다.
울산시의회도 지난 4월 청년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청년의 발전을 지원하고 청년이 중심이 되는 울산을 만들기 위하여 관련 조례를 제개정하고 소통간담회, 정책제시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여수밤바다’ 노래로 도시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듯이, ‘울산아리랑’ ‘울산큰애기’와 함께 젊은 도시 울산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청년들이 꿈을 찾아 울산으로 되돌아 오는 ‘꿈의도시 울산’이 될 수 있도록 필자는 혼을 불사르겠다.
권순용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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