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년하청 남부도서관 이전, 갈수록 떨어지는 도시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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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백년하청 남부도서관 이전, 갈수록 떨어지는 도시 품격
  • 경상일보
  • 승인 2023.06.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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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남부도서관 이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남구 자체 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도서관 건물은 해가 갈수록 노후화되고 이용객들은 점점 많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만성 주차난과 좁은 골목길에 대한 민원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남부도서관 이전 문제는 10년전부터 불거졌으나 남구청과 울산시는 관심을 거둔지 오래다. 결국 주민과 이용객들만 불편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남부도서관은 지난 1989년 건립됐으나 애초부터 주차장이 너무 적게 설계돼 미리부터 민원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다 도서관 앞 진입도로는 이면도로 한 개밖에 없어 교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남부도서관이 이처럼 34년이 됐는데도 이전이 어려운 것은 광역·기초단체장들의 의지가 없기 때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을 이처럼 방치하는 것은 도시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지름길에 다름 아니다.

당초 남부도서관은 시·군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비 40%를 지원받아 건립했다. 하지만 도서관 업무가 지방 사업으로 이양되면서 올해부터는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관리해야 한다. 남구청은 올해 남부도서관 이전을 검토했으나 약 3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남구청은 시의 지원 요청도 검토했지만 여전히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아예 이전을 포기했다. 앞서 남구청은 지난 2014년, 2019년 두차례 이전을 시도했으나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아 무산됐다.

울산지역에는 현재 20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그 중 중부·남부·동부·울주 도서관 등 4개만 교육청이 운영하고 시립도서관을 비롯한 나머지는 모두 지자체가 운영한다. 1980년대만 해도 전국의 도서관들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거나 열람실에서 공부를 했던 장소였으나 지금은 도시의 중요한 복합문화시설로 변모했다. 예를 들어 토론회나 영화감상, 미술감상 등도 이 곳에서 열린다. 도서관은 이제 책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평생학습을 제공하는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현재 남구청이나 울산시에는 남부도서관 이전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예산 문제 때문에 다음으로 미뤄졌다고 한다. 남부도서관 이전이 미뤄질수록 남구 주민들의 불편이 더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시의 품격은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등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로 평가받는다. 남구 한 쪽 구석에서 낡아가는 도서관을 보면 그 단체장의 철학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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