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은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물질에서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생기는 막대한 에너지를 일컫는다. 화력발전은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얻은 열에너지를 사용해 보일러에 물을 끓이고, 여기에서 나오는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다만 원자력발전은 방사선과 방사능 폐기물이 함께 생성된다는 점이 문제다.
원자로에서는 막대한 에너지와 함께 방사선이 방출되며 방출된 방사능의 양은 ‘방사성 붕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 기간을 ‘반감기(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기간)’라고 하며 이것은 방사성 물질이 미치는 영향이나 위험성을 알아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반감기는 크게 물리적 반감기와 생물학적 반감기로 구분된다. 물리적 반감기는 자연 상태에서 방사성 붕괴를 통해 방사능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기간이고, 생물학적 반감기는 몸 안으로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소화, 배설 등의 작용으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예를 들면, 방사성 세슘의 경우 물리적 반감기가 약 30년이지만 생물학적 반감기는 109일이다.
이러한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측정하는 단위는 특정한 물질이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베크렐(Bq), 그리고 방사선이 인체에 주는 영향을 측정하는 시버트(Sv) 등 두 가지로 나누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소에서만 방사선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대지(땅, 토양), 먹거리 등 자연환경 속에서 항상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나 태양계 밖의 우주에도 다양한 종류의 방사선이 있고, 이러한 우주방사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와 지구의 대기권에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우주방사선의 대부분은 땅에 닿기 전에 사라지지만 일부는 빗물로 낙하하거나 동식물에 흡수되어 호흡이나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고 있다. 이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자연방사선은 나라와 지역마다 다른데, 평균적으로 사람이 1년간 받는 자연방사선의 양은 약 3mSv이다. 참고로 자연방사선의 경우 평균치의 30배의 해당하는 양을 한꺼번에 받는다 하더라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인공방사선은 우리가 만들어낸 인공물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말하며, 대표적인 예로 원자력발전소, X-선 촬영장치, PET 등 암 치료 장치 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세포를 구성하는 원자에 방사선의 에너지가 전달되면 원자핵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거나 염색체가 변형될 수도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번에 100밀리시버트(mSv)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1000명 중 5명은 암으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100mSv 이하인 방사선이 인체에 해를 주는지에 대한 여부는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가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삼중수소란 수소의 한 종류로 방사능세기가 다소 약한 베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다. 삼중수소는 방사능 세기는 약하지만 물의 구성 성분으로 흡수되어 인체에 암, DNA 변이 등을 유발하며, 물리적 반감기가 12.3년(생물학적 반감기는 12일)으로 완전히 사라지려면 다소의 시간이 걸린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의 경우 연간 230조 베크렐 정도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온배수에 희석한 상태로 바다로 내보내고 있지만, 양으로만 보면 국내 원전에서 방류하는 삼중수소를 5~6년 모으면 후쿠시마에 저장한 삼중수소 1200조 베크렐과 맞먹는다. 또한 중국의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55기(현재 중국 동부 연안에 23기 추가 건설 예정)로 2020년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서해바다로 배출한 삼중수소의 양은 1054조 베크렐(TBq)로 이는 2022년 우리나라가 배출한 양의 5배 정도이다. 미국은 2019년 1714조 베크렐, 캐나다는 2020년 1831조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각각 배출하고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삼중수소가 태평양을 비롯한 우리나라 주변에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의 수가 아주 적어 태평양에 희석된 삼중수소가 10여년 뒤 어·패류를 통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이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