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안전처가 최근 전국의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마약류가 검출됐다는 조사 발표 이후 울산에서도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든 마약류 근절·예방책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도시 지하에 거미줄처럼 구축해 놓은 하수 관로를 활용해 마약류 배출지를 추적해 검거력을 높이고, 나아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나 각종 세균, 질병 등에 대한 공중 보건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 조사 결과 용연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것을 비롯해 울산지역 4개 전 하수처리장 유입 하수에서도 불법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 특히 강력한 각성과 흥분작용을 일으키는 ‘암페타민’ 추정 사용량은 5.69㎎로, 17개 시도 중 울산이 5번째로 높았다. 지난 3년간 울산의 인구 1000명 당 1일 평균 필로폰 사용 추정량은 11.12㎎로 분석됐다. 엑스터시도 검출됐다. 울산 시민의 일상에 마약류가 스며들어 있음을 알려주는 위험신호다.
울산에서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가 하면 마약 범죄 예방 릴레이 캠페인 ‘노 엑시트’(NO EXIT)도 확산되고 있다.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천창수 시교육감에 이어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 서경희 울산지방법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캠페인에 동참할 예정이다.
아울러 식약처의 ‘하수기반 역학(WBE)’ 모델을 활용해 울산의 공중보건 정책을 보다 업그레이드하자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수기반 역학’이란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기 전의 하수정보를 분석해 하수집수구역 내 도시민의 생활상을 예측하는 역학 연구 모델이다. 사람의 배설물 등 다양한 물질들이 섞인 하수 시료를 분석해 코로나 환자가 배출한 바이러스나 각종 세균, 바이러스 등의 정보를 지역 보건정책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울산지역 하수처리율은 99.9%로 전국 최고다. 하수처리 방법도 우수와 하수를 함께 처리하는 타 시·도(합류식)와 달리 하수만 분리해 처리하는 분류식이다. ‘하수기반 역학’ 모델을 도입·활용할 수 있는 최적지가 바로 울산이다. 각 가정에서 연결된 소규모 관로를 통해 지선 관로-간선 관로로 연결되는 촘촘한 하수관로를 역추적하면 마약류와 세균 등의 최초 배출지를 특정할 수도 있다. 마약류를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면 자동으로 자료를 전송받아 실시간 수사도 가능하다는게 울산시의 분석이다. 선진 도시처럼 관련 기술을 조속히 확보해 시민들의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다가올 미래 감염병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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