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도 응급실 뺑뺑이…지역응급시스템 구축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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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도 응급실 뺑뺑이…지역응급시스템 구축 절실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6.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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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응급실이나 전문의를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전전하다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울산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울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허약해 응급환자들은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 심혈관계 환자나 추락사고 환자가 발생하면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울산에도 지역응급의료협의체 등과 같은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울산시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의료자원을 파악하고 응급의료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14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전국 구급차 재이송 사례는 3만7000여건이다. 이 중 1차 재이송 건수는 3만1600여건, 2차 재이송 건수는 5500여건이다. 재이송 사유 중 31.4%는 ‘전문의 부재’였고, 15.4%는 ‘병상 부족’이었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5년간 병원 측 거부로 인한 119 구급차 재이송 사례가 889건에 달했다. 이 중 1차 재이송이 782건이며, 2차 재이송까지 간 경우도 107건이나 된다. 1년으로 환산하면 해마다 응급실 뺑뺑이가 180여건 가량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 불모지로 알려져 있는 울산에서 매년 180여건의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한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잘못하면 울산을 벗어나 대구나 부산까지 1~3시간 이상 달려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상급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은 울산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한참 치우쳐 있어 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들은 도중에 위험한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다. ‘전문의 부재’와 ‘병상 부족’으로 환자가 길에서 사망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다. 울산에서는 아직까지 이같은 극단적인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언제 유사한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응급실 뺑뺑이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는 시급한 현안이다. 가장 우선적인 일은 119, 응급환자, 전문의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에서 차량에 치인 70대 환자가 수술할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119구급대가 12곳의 병원에 치료를 요청했지만 병상이나 전문의가 없어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울산시는 공공병원 건립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응급실 뺑뺑이가 횡행하는 지역 실정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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