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이 되면 울산의 남구 여천동에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인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의 BIG(비아이지:BJarke Ingels Group)이 디자인한 ‘울산하이테크센터’가 들어선다고 한다. 울산하이테크센터는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2500억원을 투자해 건축하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복합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와 첨단기술 기반 차량 진단, 정비, 관리 및 맞춤형 시승과 체험을 통해 미래형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다.
필자는 4월12일 경상시론에 “울산에도 세계적 수준의 랜드마크 건축이 필요하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의 말미에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가 설계한 랜드마크 건축의 필요성과 그것을 실현함에 있어 공공기관이 나서서 하는데는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이 나서 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물론 건축이 결정되고 그 디자인이 공개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전부터 계획이 이루어지고 진행되었겠지만, 기고 후 한 달 남짓 만에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은 매우 행복한 우연이다. 특히 BIG에 관련된 기사가 보도되기 바로 한 주 전에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BIG에 관련된 영상을 시청한 것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묘한 느낌이 있다.
BIG의 건축을 처음 마주한 것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 및 열병합 발전소인 아마게르 바케(Amarger Bakke)이다. 이 건축물은 대도시의 혐오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꿔버린 혁신적인 건축으로, 85m 높이의 거대한 경사진 언덕처럼 생겨서 ‘코펜하겐의 언덕’ 즉 코펜힐(Copenhill)로 불리기도 한다. 거대한 소각장의 외부공간은 건축물의 경사진 형태를 이용해 인공스키장, 인공암벽장, 인공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는 코펜하겐의 명소이다. 고층빌딩을 보기 힘든 코펜하겐에서 눈에 뛰게 높이 솟아 주목을 받고 있는 건축이 소각장이라는 것이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또한 코펜하겐의 자랑인 인어공주 동상 너머 이 소각장이 중첩 되어 보이는 풍경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BIG은 Bjarke Ingels Group의 머리글자을 딴 회사이름이다. 즉 비야케 잉겔스가 설립한 건축디자인 회사다. BIG은 2012년 서울 용산국제도시의 초고층 아파트인 ‘용산 헤시태그 타워(Yongsan Hashtag Tower)’를 디자인했다. 그 아파트의 형태는 말 그대로 해시태그(#)를 닮았다. 하지만 국내 사정으로 계획안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우리나라에서 그의 첫 건축이 울산에서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비야케 잉겔스는 2008년 세계건축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세계 10대 건축가에 뽑히기도 했다. 2016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인에 선정 될만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BIG의 건축디자인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며 친환경적이다. 또한 그의 건축에는 언제나 위트가 있고 고정관념을 벗어난 일탈이 공존한다. 만화가를 꿈꾸던 비야케 잉겔스는 2009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그의 건축적 관점을 정리한 책
미국의 Newyork Times는 2023년 2월25일자 신문에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는 그의 휴일을 어떻게 보내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 기사의 내용은 덴마크를 떠나 뉴욕에서 본격적인 건축활동을 하고 있는 비야케 잉겔스의 일상적인 생활과 건축적 사색에 관련된 내용이다. 시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신문이 지속적으로 건축가와 디자이너에게 지면의 일부를 할애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뒷받침 될 때 도시는 더욱 더 수준 높은 건축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다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매력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 첨단기술센터의 건축과 관련해 울산이라는 도시와 장소성 그리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비야케 잉겔스의 인식과 해석 그리고 이를 반영한 그의 건축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경상일보 지면을 통해 읽게 된다면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코펜하겐 해변공원의 바닷물 위에 만든 작은 부유식 수영장 건축디자인으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 도시 곳곳에 대규모의 개성 있는 건축물을 세우고 있는 비야케 잉겔스를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으로 표현하자면 “BIG이 Big했다”고 할 수 있겠다. BIG의 건축을 계기로 더욱 ‘Big’한 울산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