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5일 울산시가 예산안 심사를 요청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의 총 예산 250억원 중 부지 매입비 50억원을 제외한 기업인 흉상 조형물 설치 사업비 2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김두겸 시장이 전면에 나서 언론에 흉상 설치 사업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으나 시의회는 인물 선정위원회 구성, 대상자 선정, 공론화 등에 문제가 있다며 삭감을 단행했다. 이번 시의회의 이같은 과감한 조치는 울산시의회가 ‘시민들을 위한 대의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만한 것이다.
이번 기업인 흉상 건립 논란은 김 시장이 250억원을 들여 울산의 대표적인 기업인 2~3명의 흉상을 KTX 인근 야산 꼭대기에 30~40m 높이로 건립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김 시장은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기업인 흉상을 세우면 울산이 공업도시의 발원지로서 위상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기업투자 유인, 인구 이탈 방지, 시민 자부심 고취 등의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연일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재벌 총수 조형물을 울산 랜드마크로 건립하면 울산시가 기업인을 우상화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반발하며 사업 추진에 앞서 시민 공청회와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실 울산 공업화의 주역인 기업인들이 울산에서 해놓은 업적은 엄청나게 많고, 울산시민들은 산업수도 울산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몇몇 기업인들의 실물크기의 흉상 정도는 대공원이나 국가정원 등에 세워도 좋을 듯하다. 실제 위대한 인물의 흉상 조각을 한 데 모은 공원은 여러 군데 있다.
그러나 이 흉상이 실물크기를 넘어 30~40m나 되고 그것도 산 위에 세워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생긴다. 여기다 재벌 총수의 거대한 흉상을 광역시 랜드마크로 삼아 관광객을 유인한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온단공단의 야경이나 미포만의 글로벌 조선 1위 현대중공업,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등은 관광거리가 되지만 기업인의 거대 흉상은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아픈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시의회는 이번에 예산 삭감 이유로 공론화가 안 된 점을 들었다. 실제 이번 흉상 건립은 공청회 한번 없이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절차적인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이 시의회로 넘어간 것이다. 이번 울산시의회의 흉상 건립 사업비 삭감은 전례없는 용기있는 결단이었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