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보훈의 달 유월, 책임의식을 생각한다
상태바
[경상시론]보훈의 달 유월, 책임의식을 생각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6.2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권영해 울산문인협회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6월5일, 1961년에 설치한 군사원호청이 62년 만에 국가보훈부로 승격하여 공식출범했다.

질곡(桎梏)의 일제 강점기를 통해 얼마나 많은 독립투사가 희생됐는지 완벽하게 살피기도 어렵지만, 광복 이후 6·25 때는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바 있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나라를 구한 분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우뚝 설 수 있었으니만큼 독립·호국 지사 등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유족들에 대한 지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기념식이나 국가적 추념 행사에서 자주 ‘순국선열’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이때 사용하는‘순국(殉國)’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헌신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세상에는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의인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여기서 ‘순(殉)’은 ‘따라 죽을 순’자이다. 순절, 순애, 순교, 순장, 순직 등이 이에 속한다.

조선말의 지식인 황현(黃玹, 1855~1910)은 일제에 의해 국권이 피탈되자 분개해 망국에 대한 비탄과 도리를 다하지 못한 자책을 담은 절명시를 남기고 ‘순절(殉節)’했다. 그는 낙향해 거처의 우물 곁에 절개와 의리를 상징하는 매화나무를 심고 당시의 사회상을 담은 비사 <매천야록(梅泉野錄)>을 저술한 바 있다.

박계주의 소설이나 영화로도 나왔고 근래에는 노래로 작곡한 <순애보(殉愛譜)>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인물의 지고지순한 마음을 펼치고 있다.

굳은 신념으로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희생된 신라의 이차돈이나 천주교 박해 때의 김대건 신부는 ‘순교자(殉敎者)’라 명명해 기리고 있다.

지난 5월13일, 필자가 속한 울산문인협회는 70여 명의 회원이 창녕, 밀양 일원에 문학기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우포늪, 가야 시대 고분군, 창녕박물관, 국보인 동삼층석탑(東 三層石塔), 진흥왕 척경비(拓境碑), 밀양 월연정 등을 해설사와 동행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

특히 창녕박물관에는 1500여년 전 16세의 나이로 순장(殉葬)된 것으로 보이는 ‘송현이’의 생전 모습이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복원되어 있다. 그는 153㎝ 정도 체구의 여린 소녀로 종아리와 정강이뼈가 유난히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아 주인을 섬기기 위해 오래도록 무릎을 꿇고 시중을 들다가 윗사람의 사망과 함께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같이 권력자나 재력가가 죽으면서 무고한 사람들을 무참히 희생시킨 비인간적 순장 풍습의 폐해는 고대 부족국가가 멸망한 요인이기도 하다.

소방관들이 화재가 발생한 곳에 내 몸 아끼지 않고 뛰어들어 순직(殉職)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은 타인을 위해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책임을 완수하다가 불행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에 비해, 어려운 이웃이나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할 위치에 있는 분들이 상대방을 헐뜯는 데 날을 지새우고 개인적인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분들은 더욱 높은 책임감과 공복의식을 가지고 선공후사(先公後私),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정신으로 국민과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이번에 국가보훈부의 출범으로 정부에서 6·25 전쟁 전사자는 물론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 입은 영웅들’과 그 유가족에 대한 품격 높은 보훈과 예우가 이루어지리라 확신한다. 이와 함께 지금은 우리 모두 각자 맡은 바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권영해 울산문인협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