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울산을 달궜던 기업인 조형물 사업 찬반 논란이 김두겸 시장의 사업 철회 선언으로 일단락됐다. 김 시장은 19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건립 관련 예산 250억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사업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당초 취지가 퇴색됐고, 기업인 및 그 후손들에게도 누가 될 것 같아 사업 철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울산지역에서는 기업인 조형물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여론이 갈수록 분열되고 반목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시민단체들은 연일 울산시를 성토했고, 상공회의소 등 기업측 단체들은 긍정적인 부문을 부각하면서 조형물 건립을 지지했다. 자칫 조형물을 둘러싸고 울산이 둘로 쪼개지는 형국을 보이기까지 했다. 특히 내년은 총선이 예정돼 있어 이대로 가면 울산은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 가운데 19일 김 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업 철회를 선언한 것은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시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조례 입법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정중하게 예를 다해 모셔야 할 분들인데도 이미 그 진의가 훼손되고 오히려 창업가에 대한 이미지 손상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이에 앞서 예결위 위원들에게 이같은 이유를 들어 사업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 15일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조형물 예산 200억원을 삭감한 상태에서 김 시장은 사업 철회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예결위는 이날 뜬금없이 조형물 예산 200억원 전액을 부활시켜버렸다. 산건위에서 예산 전액을 삭감했고, 김 시장도 사업 철회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 예결위가 전액을 부활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세금은 울산시민들이 내는데, 정작 돈을 주물럭거리는 사람들은 시의회에 앉아 ‘삭감’ ‘부활’ 놀음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이번 조형물 건립 논란은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무조건 밀어부치는 식의 집행은 안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또 시의회 의원들의 철학 없는 예산 부활은 시민들에게 불신과 냉소만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어쨌든 조형물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조형물 논란의 시초에는 기업투자 유치, 인구이탈 방지, 산업수도 울산에 대한 자부심 심기, 지역 일자리 확보 등의 숙제가 있었음을 잊으면 안된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위대한 울산’을 위한 정책을 되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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