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 치료를 위해 치과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진단과 치료를 위해 누구나 “엑스레이 사진 먼저 찍고 오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치과 치료의 대부분은 치아와 주위 치조골 및 상·하악골등 인체의 경조직을 다루는 분야라서 시진, 타진, 촉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방사선 사진 촬영을 통한 질환의 정보를 얻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매 내원시 마다 필요시 엑스레이 방사선 사진 촬영을 하게 된다. 간혹 어떤 환자분들은 진료실에서의 방사선 사진 촬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방사선 사진 촬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여러 장을 동시에 찍어도 괜찮은지, 잦은 방사선 촬영이 다른 질환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이나 임산부의 경우 태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많은 걱정을 하는 환자들을 접하게 된다. 그 때 마다 필자는 괜찮다고만 말할 뿐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한 적이 몇 번이나 되었는지 되짚어 보면 부끄러움을 느낀다.
사람이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그 영향의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방사선에 노출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시버트(Sv)를 사용한다. 자연에서 받는 방사선의 경우 시버트의 단위가 너무 커서 그 1000분의 1인 밀리 시버트(mSv)를 사용한다. 외부나 내부에서 받는 방사선의 영향도 시버트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1회 흉부 엑스레이 촬영 시 약 0.05mSv의 양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받는 일인당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연간 평균 약 3mSv이며 그 중 약 80%가 자연방사선에 의한 것이고, 의료방사선시에 의한 피폭량은 약 0.66mSv로 20% 정도에 해당된다. 평균적으로 우주로부터 0.35mSv, 대지로부터 0.4mSv, 공기 중 호흡으로부터 대략 1.3mSv, 음식물에서 0.35mSv 등 총 2.4mSv에 이른다. 자연방사선은 절대 피할 수 없지만 그 양이 아주 적기 때문에 평생을 받는다 해도 건강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방사선 촬영은 크게 치근단 방사선 촬영, 치과 파노라마 촬영, 치과 CT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가장 흔히 촬영하는 치근단 방사선 촬영은 충치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치아 뿌리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밀 진단을 요할 때 유용한 촬영 방법이며 1회 촬영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약 0.003mSv로 흉부 엑스레이의 20분의 1 정도 수준이다. 치과 파노라마 촬영은 상·하악골 및 안면 구조물들을 연속된 상으로 보여주고, 성장기 아이들의 맹출 상태나 악골 성장 발육 상태, 치아 결손 부위, 매복치, 치조골의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으며 1회 촬영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0.011mSv로 흉부 엑스레이의 5분의 1 수준이다. 치과 CT는 입체적 진단이 필요한 임플란트 시술이나 치아 교정에 많이 쓰이는 촬영이며 1회 촬영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약 0.03~0.09mSv정도이다. 임신으로 인해 방사선검사(치근단 방사선 촬영 치과 파노라마 방사선 촬영검사, CT)를 금기시 할 이유는 없다. 치과에서 이루어지는 방사선 검사는 주로 구강이나 안면 부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태아나 배아에게 가는 방사선 조사량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치과 치료를 위해 방사선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임신 중인 환자의 심리적 불안감 등을 고려하는 경우에는 기관형성기(대략 임신 10주) 이후에 납복을 착용한 상태로 촬영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방사선을 직접 다루는 방사선사의 평균 방사선 노출량이 0.94mSv라고 하니 대충 어느 정도의 양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능한 한 낮은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 그리고 노출되는 것보다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해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인접국인 우리나라의 해양과 해양수산물의 방사능과 방사선에 의한 피폭에 대한 불안감과 염려가 가시지 않는 이 때, 정부는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를 숨김없이 국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이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해 주길 바라며, 정치권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와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